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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0년 연중기획 반퇴 시대] 반퇴 후 뭘 할 것인가 … 답 찾아주는 수원 ‘뭐라도 학교’

중앙일보 2015.10.14 01:10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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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열린 ‘뭐라도 학교’에서 교육생들이 이창준 강사(왼쪽)에게 ‘반퇴 시대를 맞아 앞으로 뭘 하며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은 뒤 각자의 생각을 적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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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카페’ 준비생들이 실습하는 모습. [사진 수원시평생학습관]

학생 나이 49~70세. 학교 이름은 ‘뭐라도 학교’. 오래 일한 직장에서 은퇴하고도 30~40년은 더 살아야 하는 ‘반퇴(半退)’ 시대를 맞아 “은퇴했다고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할 일을 찾자”는 의미에서 경기도 수원시평생학습관이 만든 학교다.

 지난 12일 강연이 이뤄진 수원시평생학습관 2층 세미나실. 학생들 모두 생각에 골몰해 있다. 일부는 볼펜을 입에 물었다. 과제는 ‘나의 사명 진술문’을 쓰는 것. 앞으로 뭘 하면서 살고 싶은지 적어보는 시간이다. 대학 직원으로 일하다 지난 8월 말 35년 만에 은퇴한 이병근(60)씨는 “생각해 보니 은퇴 준비를 한다면서도 막연히 먹고 살 생각만 했지, 내가 어떤 삶을 누릴 것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고 했다.

 한참 만에 이씨가 적어낸 건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의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비슷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좋은 일 하고 싶다”는 식이다. ‘나의 사명 진술문’을 지도하는 컨설팅 업체 ‘아그막’의 이창준(51) 대표는 “처음엔 누구나 막연한 생각만 갖는다”며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생각과 걱정을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결국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방향을 정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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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도 학교에선 이런 식으로 두 달간 11번 강의를 들으면서 반퇴 이후의 길을 잡아간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깨닫도록” 한다. 수원시평생학습관이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연구해 만든 방식이다. 올 3월 개교해 지금까지 2기수 70명이 거쳐갔고, 지금 3기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강의료는 두 달에 2만원. 강의 시간은 불규칙하다. 시간이 많은 반퇴자들이라 강의실이 빌 때 모인다. 내용은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철학적인 것을 비롯해 재산 관리, 나에게 맞는 사회봉사활동 찾기, 아이디어 사업 꾸리기 등이다. 실제로 이종림(60)씨 등 7명은 ‘추억디자인연구소’란 사업단을 차렸다. 살아온 삶, 앞으로의 삶, 가족들의 모습을 보기 좋게 정리해 보고자 ‘뭐라도 학교’에서 디지털 영상앨범 제작 기술을 배웠던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했다. 이씨가 대표를 맡아 노인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영상 앨범’을 만들어주는 봉사활동을 하는 한편 강사로도 활동하며 수입을 올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다 5년 전 퇴임한 이영찬(65)씨는 “여기 와서야 아내와 내가 꿈꾸는 인생 2막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봉사’를 인생 2막의 목표로 삼았던 그는 퇴임 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가입해 가족과 떨어진 채 필리핀에서 4년간 봉사활동을 했다. 하지만 올 2월 교직을 그만둔 부인 윤점로(63)씨는 휴식을 원했다. 이영찬씨는 “앞으로는 부인이 원하는 대로 여행을 하면서 때때로 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1기 졸업생 일부는 ‘뭐라도 학교’ 강사로 활동 중이다. 교장도 1기 졸업생이다. 지난해 2월 은행에서 퇴직한 김정일(59)씨다. 그는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 학교 자체를 잘 운영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글=전익진·임명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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