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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가 좋아서 … 강의실 떠나 밭으로 간 대학교수

중앙일보 2015.10.14 00:56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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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으로 귀농한 뒤 블루베리 재배와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김응수씨. [사진 채향원]

블루베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했다. 블루베리 재배법을 배워 인근 농민들에게도 전파했다. 블루베리로 잘 사는 농촌마을을 만드는 게 꿈이다.

17년 전 화천으로 귀농 김응수씨
러시아서 처음 접하고 재배 결심
제품 개발 위해 교직생활도 접어
와인·식초 등 상품화 연 매출 2억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에서 블루베리 농장(채향원)을 운영하는 김응수(59)씨 얘기다. 김씨는 4950㎡의 밭에서 연간 2t가량의 블루베리를 생산한다. 지난해 블루베리 식초·와인 등 가공품을 만들어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기도의 한 대학에서 마케팅학과 교수로 근무하던 김씨는 199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블루베리를 접하게 됐다. 당시 러시아 학자들이 건넨 블루베리를 처음 맛보면서다. 김씨는 “맛이 달콤한 블루베리가 건강에도 좋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걸 한국에서 기르면 소득원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블루베리를 기르기 위해 현재 농장이 있는 곳으로 귀농했다. 블루베리 제품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교수도 그만뒀다. 2006년부터 자주 낚시를 다니던 파로호 주변을 귀농 장소로 택했다. 이곳은 파로호의 영향으로 적절한 습도가 유지되고 일교차가 커 블루베리 재배에 적합하다고 한다. 김씨는 “서울에서 가깝고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전원 생활에도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김씨는 2007년 블루베리 재배지인 독일 하노버를 찾아 와인 등 가공 기술을 배웠다. 그런 뒤 주변 농민들에게도 블루베리 재배를 권하고 노하우를 전수했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블루베리 제품 판매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2010년 국내 최초로 블루베리 와인을 출시했다. 2012년엔 천연발효 블루베리 식초와 쿠키, 지난해엔 블루베리 소금 등을 잇따라 제조·판매하고 있다. 박연화(57·여)씨 등 화천 지역 13개 농가 주인들도 연간 8t의 블루베리를 수확해 김씨에게 팔아 많게는 2000여만원씩의 매출을 올렸다.

 김씨는 이 블루베리를 모두 가공품 생산에 쓴다. 김씨를 시작으로 강원도에서는 현재 330개 농가(재배 면적 150㏊)가 블루베리를 기르고 있다. 박씨는 “블루베리가 화천의 효자 작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부터는 새로 개발한 블루베리 음료 5만 개를 전국 헬스클럽과 병원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또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씨는 지난달 11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촌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과 마케팅 컨설팅 등을 받게 됐다. 김씨는 “블루베리는 고랭지 채소처럼 일교차가 커야 제대로 된 맛을 내는 작목으로 강원도가 최적지”라며 “블루베리 재배를 통해 모두가 잘사는 농촌마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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