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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한국 수학여행 … 한·일 민간교류 맥 이어야죠

중앙일보 2015.10.14 00:43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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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을 온 쇼후주쿠고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함께 사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쇼후주쿠고 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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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간 한일관계가 어려웠던 적도 여러 번이지만 한국행 수학여행은 거르지 않았어요.”

나리타 쇼후주쿠고 교장
68년 광주·아오모리 영농교류 계기
장성 나환자촌 등에 20억원 기부
16일 서울서 2학년 만돌린 공연도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쇼후주쿠(松風塾) 고교의 나리타 히로아키(成田博昭·56·작은 사진) 교장의 말이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55명인 소수정예 기숙학교로 한 학년이 20명 안팎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는 쇼후주쿠고가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온 지 40주년이기도 하다.

 개교 이래 40년간 이 학교 학생 2000여 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 학교는 한국에 수학여행 올 때마다 악기 연주회를 갖는다. 1인당 현악기 하나 이상을 배우는 학생들은 평소 실력을 한국 수학여행에서 뽐낸다. 오는 14~18일 한국을 찾는 약 20명의 쇼후주쿠고 2학년 학생들은 16일 잠실 올림픽공원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만돌린 연주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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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오케스트라와 함께 일본 동요작가 노구치 우죠(野口雨情)의 곡 ‘비누방울’, ‘이웃집 토토로’의 주제가, 한국의 ‘아리랑’, ‘선구자’, ‘보리밭’ 등을 연주할 계획이다. 나리타 교장은 “지난 40년간 한국 수학여행에서 장애인 특수교육기관인 주몽학교, 한빛맹(盲)학교, 구세군후생원 등을 방문해 연주했다”고 말했다. 개교 10주년인 1985년에는 호암아트홀에서 만돌린 연주회를 가졌다.

 한국과의 인연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쇼후주쿠고가 속한 야마토야마(大和山)법인이 전라도 광주원예조합과 영농교류를 하면서다. 당시 한국 조합원들이 일본 아오모리를 찾아 농업기술을 익히면서 교류가 시작됐고 75년 쇼후주쿠고가 설립된 뒤에는 일본 학생들이 한국을 찾는 것으로 정례화됐다. 나리타 교장은 쇼후주쿠고 1기 졸업생(77년 졸업)으로 교토(京都)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모교인 쇼후주쿠고의 교장으로 부임했다.

 40년간 이어진 이들의 수학여행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반한(反韓) 감정이 강할 때는 일본의 일부 네티즌들이 “쇼후주쿠는 한국 수학 여행을 취소하라” 등의 협박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나리타 교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40년간 이어진 전통이 자랑스럽다”며 “국가간의 관계가 안 좋거나 교과서·영유권 문제가 있어도 이웃간의 민간 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을 통해 교류하고 이웃의 장점을 본받자, 평화의 여행을 하자는 모토는 언제나 유효하다”며 “무엇보다 줄곧 따뜻하게 맞아준 한국인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수학여행은 ‘노는 여행’이 아니었다. 지난 40년간 쇼후주쿠고와 야마토야마(大和山)재단은 한국에 2억8000만엔(약 20억원)을 기부했다. 전남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에 있는 음성나환자촌 성진원이 대표적이다. 쇼후주쿠고 학생들은 75~96년 성진원에 기부를 하고 수학여행 때마다 이곳 사람들을 찾아갔다. 기부금은 성진원에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 14동을 짓는데 쓰였다. 나리타 교장은 “우리 학교는 한 달에 한 끼를 굶고 그 돈을 모아 기부하는 ‘평화의 1식(食)거르기’ 운동이 있다”며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로 기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한국을 찾는 쇼후주쿠고 학생들은 만돌린 연주를 마치고 난 뒤 17일에는 비무장지대(DMZ)와 판문점을 견학하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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