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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프레지던츠컵 외교’에서 배울 점

중앙일보 2015.10.14 00:34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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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지난주 금요일(미국 시간) 오전 세계 굴지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9층.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둔 한·미 양국의 현안과 회담 전망이 브리핑의 주요 의제였다. 하지만 또 하나의 화제가 있었다. 바로 인천 송도에서 열리고 있던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이었다. 브리핑을 마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기자에게 “정말로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브리핑에 참석했던 외국 기자들도 “아시아에서 최초로 프레지던츠컵을 연 걸 축하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12일 워싱턴 시내 레스토랑에서 만난 한 미국인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프레지던츠컵은 최고였다.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데 인천 말고는 어디를 추천하느냐”고 물었다.

 지난주 대회기간 6일 동안 MSNBC 골프채널은 미국을 포함, 83개국 1억2000만 가구에 생중계했다. 기타 채널을 합하면 226개국 32개 언어로 약 10억 명의 골프팬이 프레지던츠컵을 시청했다. 말이 10억 명이지 이런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MSNBC의 진행자는 “Absolutely perfect(완벽하다)”란 말을 방송 중 100번은 넘게 한 것 같다. 방송 내내 골프클럽의 관리 상태는 물론이고 경기 운영, 한국인 갤러리의 관전 매너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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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라운드가 펼쳐진 11일 배상문이 포함된 인터내셔널팀과 팬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경기 중간에 방영된 한국과 인천을 알리는 동영상. 인천은 물론 한국을 잘 모르는 미국 시청자를 위해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졌다. 인천의 관광명소, 그리고 남대문 등 한국을 알리는 여러 영상이 반복적으로 TV에 소개됐다. 재방송을 포함해 지난 일주일간 거의 하루 24시간 내내 같은 영상이 나간 걸 감안하면 엄청난 국가 홍보효과를 얻은 셈이다. 달리 외교가 있는 게 아니다. 한·미 유대감, ‘미들 파워’가 아닌 ‘글로벌 선진 파워’로서 한국의 저력이 골프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된 것이다.

 미국팀을 상대로 한국의 배상문,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 콤비가 보여 준 뛰어난 한·일 팀워크도 인상적이었다. 배상문이 마쓰야마의 샷에 박수로 환호하고 마쓰야마가 배상문의 퍼팅에 포옹하는 모습을 한·일 지도자가 보고 뭔가 느꼈어야 한다. 한·일이 손잡고 호흡을 맞추면 그 힘은 몇 배로 커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었다.

 프레지던츠컵의 성공은 우리 외교에도 단순하지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고 나서야 상대방도 반응하는 법이다. 직접 ‘키 플레이어(주도자)’가 되지 않으면 주목받을 수 없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없다.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늘 미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풀 보따리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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