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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희팔 때문에 경찰관들이 떤다는 게 무슨 말인가

중앙일보 2015.10.14 00:32 종합 34면 지면보기
4조원대의 다단계 사기범인 조희팔 사건이 7년 만에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8년 조씨와 함께 중국으로 도피했던 강태용씨가 현지 공안당국에 검거되면서다. 그는 이르면 이번 주말 국내로 송환된다. 강씨는 조씨의 최측근으로 숨겨놓은 돈의 행방을 알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실제로 조씨가 사망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키맨’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이 주목을 받는 것은 조희팔 일당들의 사기 행각과 도피 경로가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권과 수사기관 관계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금품 로비를 벌인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대구지검은 강씨를 상대로 조씨의 생사 여부와 로비 의혹부터 조사할 계획이다. 조씨의 은닉자금 행방을 추적했던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5월 “조씨가 중국에서 2011년 12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었다. 경찰은 중국에서 발행된 사망증명서,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경찰 수사 책임자는 지난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됐던 박관천 전 경정이다. 하지만 중국의 서류 곳곳에 허점이 있는 데다 최근까지도 “조씨를 골프장에서 봤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망한 것처럼 위장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기에다 김광준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비롯해 수사기관 간부들도 조씨 측에서 수억원씩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바 있다. 대구 현지에선 벌써부터 “이 사건에 연루된 최소 30명 이상의 경찰관이 떨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 피해자모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만여 명이 사기를 당했고, 세 명은 자살을 했다고 한다. 1만7000여 명이 조씨 측이 법원에 맡긴 공탁금 66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고통 속에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조씨 일당의 사기 행각을 철저히 파헤쳐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조씨 측에 투자를 해 돈을 벌었거나 이들의 범죄 행각을 눈감아 준 사람들에 대해서도 당연히 엄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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