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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리온 헬기도 비리 … 허술한 방사청 대수술해야

중앙일보 2015.10.14 00:32 종합 34면 지면보기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사업에 780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회계 조작을 통해 모두 547억원을 부당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KAI는 21개 업체의 개발투자금을 자신이 투자한 것처럼 원가계산서를 조작한 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230억원, 원천기술을 보유한 외국 업체에 기술이전비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317억원을 받아냈다. 수리온 사업은 개발비만 1조30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방위사업청은 수입 대체와 수출로 12조원의 산업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홍보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원가 부풀리기, 인건비 빼돌리기 등 온갖 비리로 얼룩졌다. 또 핵심 기능인 동력전달장치 국산화에 실패했다. ‘명품 국산 무기’라고 선전했지만 국내 기관들도 구매를 꺼리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번 비리는 국내 최대 방위사업체인 KAI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KAI는 개발비 18조원의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의 우선협상대상자다.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전투기·헬기의 국산화를 선도하는 업체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런데 미국으로부터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당한 데다 이번 비리까지 터져 과연 KFX사업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 든다.

 이번 기회에 방사청의 허술한 구매·감독 체계도 대수술해야 한다. 2012년 방사청 자체 감사 때 ‘KAI에 이런 식으로 돈을 지급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어떤 이유에선지 그대로 진행됐다. 또 국내 업체가 동력전달장치 국산화에 실패했는데도 정부출연금 156억원을 회수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당시 방사청 관련 직원 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상태다. 방사청의 수준이 이러니 ‘바가지’를 쓰거나 성능평가를 조작한 ‘엉터리’ 무기를 납품받는 것이다. 통영함·소해함·장보고함에서 수리온 헬기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비리가 개입 안 된 방위사업을 찾기 힘들 정도다. 검찰과 감사원은 율곡사업 조사 때처럼 일시적인 이벤트에 머물지 말고 방산비리가 뿌리 뽑힐 때까지 사정의 칼날을 휘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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