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江南通新 사용설명서] 기숙사 학교가 늘어나는 이유

중앙일보 2015.10.14 00:10 강남통신 15면 지면보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父子)가 다닌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졸업한 초우트 ‘로즈메리 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나온 ‘필립스 엑시터’. 모두 기숙학교입니다. 미국 유명 인사들 중엔 보딩스쿨이라고 불리는 기숙 학교 출신들이 많습니다.

 몇 달 전 서울대 입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고교들의 순위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특목고·자사고였죠. 그리고 그중 많은 수가 기숙사 학교였습니다. 기숙사 학교의 효과는 대체 뭘까 하는 궁금증에서 이번 주 커버 스토리를 기획했습니다. 기숙사 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학교의 장단점을 알아보기로 했죠.

 취재 결과는 대체로 기숙사 학교의 장점이 단점보다 많다는 쪽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아침식사도 거르지 않으니 체력이 좋아지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으니 자기 주도학습이 가능해 진다는 겁니다. 집단 생활을 통해 남에 대한 배려를 몸에 익히게 되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기숙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일반 학교로 전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적응한 아이들은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 아이들이 빨리 철이 드는 것 같더군요. 친구나 교사와의 유대감이 강해지고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통해 학창시절의 낭만도 쌓을 수 있구요. 밤새 친구들과 토론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법을 배우고 자신들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숙 학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꼭 입시 성적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숙사 학교의 장점을 일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명문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기숙 학교 학생들과 달리 ‘江南通新이 만난 사람들’의 한휘종씨는 대학 간판을 포기한 청년입니다. 대신 패션 전문학교에 입학해 자신의 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저 공부 못하지 않았어요. 그저 패션 디자이너의 길에 대학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부모님과 담임교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택한 자신의 길에 그는 전혀 후회가 없다고 했습니다.

 기숙사 학교 학생들도 스펙보다 실력을 택한 한씨도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겠죠. 그들이 사회에 나가 꿈꾸던 미래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면에서는 기생 출신 소리꾼 김옥심의 소리에 반해 20년 동안 소리꾼 기생의 삶을 발굴한 국악평론가 김문성씨를 인터뷰했습니다. 실제 기생은 뛰어난 예술인이었습니다. 여성들의 외부 활동이 어렵던 과거 기생은 세상 물정에 밝고 공부를 많이한 신여성이었죠. 일본강점기 사라질 뻔한 아리랑 등 우리 소리를 전승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면에는 김씨가 모은 사진과 자료들 일부를 기사에 실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미모가 뛰어났던 기생 이진홍은 자살 소동을 벌이는 남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 일쑤였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대체 얼마나 예뻤길래 그랬나 싶었는데 이진홍의 사진을 직접 본 취재 기자 말에 따르면 “웬만한 연예인이나 미스코리아보다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허락을 받지 못해 지면에는 싣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슬픔 많은 기생의 삶과 한이 담긴 아리랑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년 동안 그들을 만나 이야기 듣고 소리를 녹음한 김씨의 노력과 집념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park.hyem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