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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오일·사탕수수로 건강하게 ‘빨래 끝’

중앙일보 2015.10.14 00:10 강남통신 1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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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백화점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베스트셀러 세제를 모았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캐나다 넬리스 세탁 세제, 벨기에 에코버의 주방 세제, 미국 JR.왓킨스의 다목적 세제, 미국 커먼굿즈의 액상 세탁 세제, 미국 런드레스의 아이 옷감 전용 세제. [김경록 기자]


먹거리와 화장품에 이어 세제까지 성분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하는 시대다. 세제에 함유된 화학 성분이 알레르기·아토피 등 피부 트러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환경 세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관심 커지는 천연 세제

화학 성분 대신 식물성 계면활성제
아토피에도 세제 잔여물 걱정 없어
넬리스 ‘런드리 소다’ 등 직구 인기



1964년 7월 각 신문에는 신제품 광고 하나가 일제히 등장했다. 럭키 로고가 박힌 네모난 종이상자에 ‘하이타이’라고 쓰인 세제 광고였다. 그때까지 주부들은 재를 물에 거른 잿물로 빨래했다. 하이타이를 출시한 락희화학은 ‘심한 때도 놀랍도록 깨끗이 빨아줍니다’라는 문구로 주부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찬물, 바닷물에서도 거품이 잘 나며 순간적으로 때가 빠집니다’라는 내용은 획기적이었다. 천연 세제인 잿물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발명품의 등장이었다. 이후 하모니·수퍼그린·마이티·한스푼 같은 여러 세제가 역사 속에 등장했거나 사라졌다.

구입 전 성분, 무형광 인증 마크 확인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때도 지금도 빨래하는 주부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우수한 세척력이다. 최근에는 한 가지가 추가됐다. 세척력은 유지하되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 자극이 적고 잔여물이 남지 않는 친환경 세제다.

 분말형·액상형 세제는 여러 가지 화학 성분의 결합물이다. 세탁물이 하얗게 보이도록 자외선을 흡수해 가시광선으로 반사하는 형광증백제, 세척력을 높이는 인산염, 거품이 나게 하는 계면활성제가 대표적이다. 성분표시에서 형광증백제는 플루오센트 화이트닝 에이전트(Fluoscent), 인산염은 포스페이트(phosphate), 계면활성제는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SLES)로 표기하는 성분이다.

 애경 세제 파트의 채남수 선임연구원은 “어떤 성분이 함유됐든 빨래만 깨끗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건 옛날 얘기”라며 “화학 성분이 아닌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세제를 찾는 사람이 지난 1~2년간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세정력을 높이는 인산염은 미네랄 소금 등 천연 성분으로 만든 소다로 대체할 수 있다. 계면활성제는 화학 성분이 아닌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쓰면 된다. 코코넛·파파야·유채씨·사과 등에서 추출한 오일이 대안이다. 채남수 연구원은 “형광증백제를 대체할 성분은 아직까지 없다”며 “무형광 인증마크를 획득했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주방 세제에도 형광표백제를 제외한 세탁 세제의 거의 모든 유해 성분이 들어있다고 전했다. 구입하기 전에 성분을 꼭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해외 천연 세제는

생활용품 해외직구사이트 아이허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친환경 세제는 넬리스 ‘런드리 소다’, 에코버 ‘섬세한 워시’, 찰리스 솝 ‘런드리 파우더’ 순이다. 캐나다 세제 넬리스는 천연 소다와 코코넛오일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 천연 소금과 미네랄 성분으로 만들었다. 벨기에산 에코버는 야자·유채씨·사탕수수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가 주성분이며 레몬에서 추출한 오일로 향을 낸다. 찰리스 솝은 대형 직물 회사에서 만든 미국 브랜드다. 섬유 먼지와 찌든 때를 제거하기 위해 특수 세정제를 만들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전문 세제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와이오밍산 천연 소다, 코코넛오일에서 추출한 식물성 계면활성제가 주성분이다.

 주방 세제는 캐나다 애티튜드의 ‘리틀 원스 리퀴드’, 미국 메소드의 ‘디쉬 소프’, 호주 에코 프랜들리의 ‘울트라 디쉬메이트’순으로 많이 팔렸다.

 두 살짜리 아이가 있는 주부 김연경(29)씨는 5년째 넬리스 세제를 고집한다. 처음에는 세탁 시 거품이 전혀 나지 않아 과연 세탁이 잘 됐을까 걱정했지만 세정력에 만족했다. 세제 찌꺼기가 남지 않는 데다 헹굼 시간도 줄어들었다. 김씨는 “천연 성분으로 만든 표백제를 같이 쓰면 효과가 두 배”라고 설명했다.

 아이허브 직구 매니어인 김현(38)씨는 에코버를 쓴다. “섬유유연제를 따로 쓰지 않아도 세탁물이 부드러운 게 장점이지만 인공 향을 첨가하지 않아 향이 다소 강하게 느껴지는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영문 성분 표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유해성분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EWG(www.ewg.org)는 A~F 등급으로 제품 점수를 매기고, 굿가이드(www.goodguide.com)는 10점 만점으로 제품을 평가한다. 두 사이트를 비교한 뒤 구입하면 도움이 된다.

 천연 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 1년간 국내 생활용품 기업에서도 친환경을 앞세운 세제를 여럿 출시했다. 애경의 ‘내추럴 온리 3’는 소금과 코코넛오일에서 추출한 식물성 계면활성제로 만들었다. 유한양행의 ‘BOL 자연으로 빨래해요’는 유럽연합(EU)에서 알레르기 유발 향으로 분류한 26가지 화학 성분을 완전히 뺐다. LG생활건강의 ‘테크 베이킹소다 담은 한 장 빨래’는 천연 베이킹소다와 파파야에서 추출한 효소를 함유했다.

글=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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