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지석의 4강전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그때 스웨를 상대한 김지석의 기세가 꼭 이랬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아마추어들이 보기에는 마치, 한수 아래의 상대를 다루듯 거침없는 그림을 보여줬었다.
상변 2는 절대. 검토실에서는 ‘상변에서 20집만 만들어내면 넉넉한 계가’라는데 박영훈의 생각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중앙 3의 젖힘에 이단 젖혀간 4는, 정밀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한 기세. 여기서 ‘참고도’ 백1로 수그리면 흑2로 눈터지는 박빙의 승부가 된다. 그만큼 이 장면은 중요했고 5의 굴복을 받아낸 뒤 6을 선수하고 우상귀 쪽 8로 이은 수순은 완벽했다.
중앙 9로 끊었을 때 위쪽을 먼저 들여다보고 이은 10, 12가 준비된 방어수단. 11로 잇게 해주긴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바둑은, 좋은 곳을 혼자 다 차지할 수 없는 균형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둑은, 이기는 승부가 아니라 지지 않는 승부다. 이겨야겠다는 욕망이 지나치면 반드시 먼저 균형을 잃고 진다.
손종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