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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플레이보이에서 여성누드가 사라진다

중앙일보 2015.10.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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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 먼로가 표지모델로 등장한 1953년 12월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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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모델 케이트 모스가 ‘플레이보이’ 로고 복장을 한 채 표지모델로 등장한 60주년 기념호

미국의 대표적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에서 여성의 전신 누드가 사라진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플레이보이’가 더 이상 여성의 전신 누드사진을 지면에 싣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플레이보이’는 1953년 휴 헤프너(89)에 의해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 성인잡지다. 당대의 섹스심벌 메릴린 먼로가 표지모델로 등장한 창간호는 미국사회에 충격을 줬다. 보수적이던 1950년대 미국 사회에서 노골적인 여성의 누드사진을 싣는 대중잡지의 등장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휴 헤프너는 가운만 입은 채 젊은 여성들과 지내는 ‘플레이보이 맨션’으로도 유명해졌다.

‘플레이보이’의 변신은 코리 존스 수석 편집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존스 편집장은 지난달 플레이보이 맨션으로 헤프너를 찾아갔다. 존스 편집장은 헤프너에게 잡지에 여성의 누드사진을 더 이상 게재하지 말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 잡지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헤프너는 그의 설명을 들은 뒤 주저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새 ‘플레이보이’는 내년 3월부터 발행된다. 여전히 도발적인 자세를 취한 여성모델이 등장하겠지만 전신누드는 싣지 않는다. ‘플레이보이’의 혁명은 인터넷 포르노그래피의 등장으로 ‘플레이보이’가 미국인의 섹스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플레이보이’는 은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있던 미국인의 성(性)을 공개담론으로 바꿨다. 여성 누드사진을 실었지만 노골적인 포르노 잡지와는 다른 편집 방향을 유지했다. 30년 간 아트디렉터로 활동한 아트 폴은 ‘펜트하우스’ ‘허슬러’ 같은 경쟁자와 차별화된, 품위 있는 편집을 주도했다. 잡지가 매달 선정한 ‘플레이메이트’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섹시 스타가 됐다.

성인잡지를 표방했지만 유명인사들의 칼럼과 인터뷰, 진보적 사회평론은 물론 철학에서부터 문화에 이르는 다양한 읽을거리로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플레이보이’에 등장한 유명인사는 맬컴X와 마틴 루터 킹에서부터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같은 정치인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마돈나와 샤론 스톤, 나오미 캠벨 같은 스타들이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보 타이를 맨 토끼 모양의 로고는 나이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전성기였던 70년대 700만 부에 달했던 발행부수는 현재 80만 부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때 플레이보이를 흉내 낸 성인잡지들이 넘쳐났지만 인터넷 포르노그래피의 등장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코리 존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플레이보이’는 섹스에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여성을 등장시킬 것이며 심층인터뷰와 소설 같은 ‘플레이보이’만의 저널리즘 전통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 ‘플레이보이’는 더 깨끗하고 현대적 스타일을 추구할 예정이다. 디지털 포르노그래피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것이다. 화보들도 ‘PG-13’(부모 지도하에 13세 이상 관람가) 수준에 맞출 예정이며, 주 독자층은 도시의 젊은이들이 될 것이라고 잡지는 설명했다.

스캇 플랜더스 최고경영자(CEO)는 “잡지의 변신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독자들은 물론 광고주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1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잡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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