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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동료들 앞에선 머릿속이 하얘져요

중앙일보 2015.10.13 03:05 강남통신 12면 지면보기
직장서 말이 안 나오는 건 너무 잘 보이려는 마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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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람 한 명 만들기부터 시작

Q 1 (이직한 지 2주 된 30대 남성) 최근 취업한 30대 초반 남성입니다. 60명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입니다. 2주쯤 됐는데 출퇴근 때 인사를 빼곤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엔 말을 걸어봤지만 다음번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무리 사이에 끼어서 많은 말이 오갈 때도 끼지 못합니다. 머릿속이 하얘져서 무슨 말을 할지 떠오르지가 않거든요. 제가 남을 심하게 의식하긴 합니다. 그래서 하려던 말도 주춤하다 결국 못 하곤 하죠. 자신감도 없고 패배자같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사회생활이 처음도 아닌데 매번 이럽니다. 이러다 지쳐서 그만두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A (모두와 잘 지낼 순 없다는 윤 교수) 직장 내 소통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셨는데요, 글도 소통의 한 방법이죠. 그런데 쓰신 글의 내용을 보면 소통 기술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잘 쓰셨고 마음의 느낌도 잘 전달되는 글이었습니다. 문제는 소통 기술이 아니라 사연의 내용처럼 남을 너무 의식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 연주 실력이 뛰어난 음악가도 너무 청중을 의식하면 불안과 공포가 커져 뇌가 마비돼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죠.

 대화도 하나의 예술적 활동입니다.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읽으면서 동시에 내 생각과 감정을 파악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언어나 몸짓으로 나타내야 하는 복잡한 뇌 안의 인지 활동입니다. 그래서 불안감이 올라가게 되면 뇌 기능이 떨어져 말이 잘 나오지 않게 되고, 그런 부정적인 경험이 자신감을 잃게 해 더 불안감을 높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듭니다.

 사연 중에 머릿속이 하얘진다고 하셨는데요. 보지 않고 글로 쓸 땐 잘되는데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땐 상대방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는 나머지 불안감이 올라가고 그로 인해 뇌 기능이 떨어져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런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신이 패배자처럼 느껴지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생기게 된 거죠.

 우선 혹시 내 마음속에 모든 사람에게 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머릿속에 입력되면 삶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도록 살아라’란 말은 참 좋은 말입니다. 실천도 해야 하고요. 그러나 이것이 삶의 목표가 되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잘못된 인생이라고 내 마음이 판단하게 되면 불안감이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고, 거꾸로 내가 특별히 잘하지 않아도 내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이 세상사기 때문이죠.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유행이라는 건 그만큼 현대인들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강박에 시달리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과학 연구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내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우린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사연 주신 분, 직장생활에서 대인관계 목표를 ‘1년 동안 딱 한 명 친한 사람을 만들어 보자’라고 정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한 명을 만들기 위해 너무 애쓰지는 마세요. 기다리다 보면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달변가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만 해도 입으로 먹고살긴 하지만, 말수 적고 진지한 사람에게 호감이 더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명과 좋은 대화 경험을 가지게 되면 대화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 자연스럽게 소통의 볌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패배 의식은 내 강박이 만드는 잘못된 느낌입니다. 용기를 내세요.

약물치료가 필요한 사회 공포증

Q 2 인터넷을 찾아보니 저 같은 문제를 가진 경우 사회공포증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사회공포증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더불어 제가 주변을 너무 의식해서인지 얼굴 근육이 움직이는 틱 증상 비슷한 것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A 소개팅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회사에서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때 어느 정도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나 사회공포증이라 불리는 사회불안장애의 경우는 매일매일 사람과의 만남에서 불안이나 공포를 느껴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비판하지 않나 두려움에 싸여 있다 보니 타인과의 만남에서 불안을 크게 경험하게 됩니다.

 진단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친밀하지 않은 사람에게 노출되거나 타인으로부터 심사받을 수 있는 사회적 상황, 또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공포가 있고 타인에게 이런 불안 증상을 보일까 두려워합니다. 또 두려운 상황에 노출되면 예외 없이 불안 반응이 나오는데 그 정보가 공황 수준으로 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공포가 비합리적인 것을 스스로 알지만 잘 통제가 되지 않고 두려움을 주는 상황에 대해 회피하는 행동이 늘어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상당히 불편을 느끼게 됩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이 일상생활의 기능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공포증의 치료는 심리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합니다. 약물치료는 불안이나 공포 같은 심리 증상과 이와 함께 동반되는 두근거림 같은 신체적 증상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회적 관계에서 불안감을 강하게 느끼면 그 불안이 사회적 관계 형성을 더 방해하고 회피 행동마저 일으킵니다. 과도한 불안은 매우 견디기 어려운 감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약으로 과도한 불안 공포 같은 증상을 잡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관계와 부정적인 감정 반응 사이의 고리를 끊어 주는 것이죠.

 그리고 인지행동요법 같은 심리치료를 함께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내가 가진 부정적인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생각의 비합리성을 같이 이야기하며 합리적인 것으로 바꾸어 가는 것이죠. 이를 인지 재구성 훈련이라 합니다. 이와 함께 상황 노출 연습을 하게 됩니다. 용기를 갖고 사회관계를 맺어 보는 것이죠. 긍정적인 경험이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줄어들게 됩니다.

 틱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어깨·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신체를 움직이는 증상을 ‘운동 틱’이라 하고 소리를 내는 것을 ‘음성 틱’이라 합니다. 이 두 가지 틱 증상이 모두 있으면서 1년 넘게 지속되는 경우 투렛병이라고도 합니다.

 틱은 대체로 소아기에 흔한 증상입니다. 전체 아동의 10~20%가 일시적인 틱 증상을 보일 수 있는데 7~11세에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틱을 보인 아동 중 1%는 만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틱 증상은 주위의 관심이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강화되거나 특정한 사회적 상황과 연관돼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동의 경우 부모가 틱 증상을 오해하고 창피를 주거나 벌을 주어서 증상을 제지하려 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져 증상이 오히려 악화할 수 있습니다.

 틱 증상이 과거에 없다가 성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면 다른 신경과적·내과적 문제가 없는지 병원에서 진료를 통해 충분히 살펴봐야 합니다. 틱 증상이 지속하여 일상생활에 장애를 주는 경우엔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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