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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올바른 교과서 vs 유신·박정·아베 교과서

중앙일보 2015.10.13 02:31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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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앞줄 가운데)와 소속 의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김상선 기자]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해서다. 하반기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에 휩싸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냈으며,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예산·법안과 연계하기로 했다. 보수·진보 진영 간 잠복 이슈였던 사관(史觀) 논쟁은 내년 총선을 앞둔 지지층 결집과 맞물려 양보 없는 대결로 치닫고 있다.

여야, 총선 앞두고 ‘역사전쟁’


 ◆네이밍 전쟁=정부와 여당은 최종적으로 국정교과서를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부르기로 했다. 청와대와 조율해 정한 명칭이다. 여권이 ‘네이밍(naming·작명)’에 고심한 건 교과서 국정화가 후진국형이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그동안의 교과서들을 ‘종북 민중사관 주입용’으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노무현 정부 탓으로 돌렸다. 김무성 대표는 “현재 교과서들이 3대 세습 독재의 비정상 체제인 북한을 미화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노무현 정부 때 검인정교과서로 바꾸며 혼란은 예상됐던 일”이라고 규정했다.

 야당도 네이밍에서 밀리지 않았다. 12일 오전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선 “친일·유신 교과서” “정권 맞춤형 교과서” “박정(朴定·박근혜 대통령이 정한) 교과서” 등 비판적 작명이 쏟아졌다. 특히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정교과서는 ‘아베 교과서’”라며 “일본 군국주의 시대에나 발행하던 국정교과서를 내놓고, 아베 정권을 향해 사과하라고 어떻게 말하겠느냐”고 했다. 야당은 교과서 논란을 키운 책임도 박근혜 정부에서 찾는다. 문재인 대표는 “(현 교과서는) 2013년 8월 박근혜 정부가 최종 합격 판정을 내린 교과서”라며 “그게 좌편향이라면 검인정을 제대로 못한 정부의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여론전으로 편 만들기=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당 대표실의 플래카드를 바꿨다. 노동개혁 구호 대신 ‘이념 편향의 역사를 넘어 국민 통합의 역사로’란 문구를 넣었다. 비슷한 문구의 플래카드를 전국에 건다는 방침이다. 새정치연합도 플래카드 여론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전으로 새누리당은 학부모들을 ‘내 편’으로 삼고자 한다. 김무성 대표는 “부모님들이 아들·딸의 역사 교과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교과서특위에선 “수능 필수과목이 되는 국사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교과서를 단일화하자”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시민·사회계와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학계·시민단체 등과 함께 100만 서명운동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기국회 암울=여야 관계가 교과서 문제로 급랭하면서 정기국회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정치연합에선 당장 “박근혜 정부의 역사 왜곡 때문에 민생 문제가 국회에서 설 자리를 잃을까 걱정스럽다”(주승용 최고위원)는 얘기가 나왔다. 야당이 장외투쟁을 하기로 최종 결정하면 하반기 민생법안과 예산안의 합의 처리는 불투명해진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올 하반기 최대 과제로 꼽고 있는 4대(공공·노동·금융·교육) 개혁의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4대 개혁은 교과서와 별도라고 주장한다. 권선동 전략기획본부장은 “교과서 국정화는 ‘행정고시’ 사항인 만큼 행정부 고유의 권한인데, 그 문제로 4대 개혁을 위한 입법부의 활동이 통째로 중단돼야 하느냐” 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 시점에 역사 전쟁을 시작한 게 과연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많다.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는 교과서 문제에 대해 겉으론 계속 거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올바르고 균형 잡힌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로선 이 이상 얘기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글=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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