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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나오자마자 팔려 … 최저가 10억 아파트 14억 낙찰도

중앙일보 2015.10.13 02:26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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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부동산 매물이 주로 나오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이날 강남권 아파트 4건이 경매에 나와 두 건이 낙찰됐다. 두 건 모두 감정가격보다 비싸게 팔렸다. 그중 하나인 서울 개포동 경남아파트 182㎡(이하 전용면적)형에는 입찰자가 11명이나 됐다. 이미 한 차례 유찰돼 경매 신청 최저가격이 10억8000만원으로 떨어졌는데도 당초 감정가(13억5000만원)보다 높은 14억179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전세난에 법원 몰리는 세입자들
평균응찰 2년 전 5.4명서 올해 8.2명
경쟁 심해 거의 100% 값 써야 따내
감정가 훨씬 웃도는 경우도 속출
“초보는 시세·주거환경 잘 따져야”


 이날 입찰에 참여한 이모(42)씨는 “예전에는 강남권 아파트가 10건 정도 나왔는데 요즘은 물건이 몇 개 되지 않는다”며 “좋은 물건일수록 경쟁이 치열해 낙찰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매시장에 ‘아파트 잡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경매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법정에 나온 서울 아파트가 196건으로 지난해 9월(420건)보다 53.3% 줄었다. 2002년 8월(94건)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강남 3구는 45건으로 지난해 9월(64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경매 물건이 줄어든 건 대출금을 못 갚거나 세금을 내지 못해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이 주택경기 회복세에 따라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잘 돼 채권자 등이 굳이 경매에 넘길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경매에서 낙찰되지 못해 쌓이는 물건이 많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매 물건이 줄어드는 대신 수요는 많다 보니 낙찰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달 말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8.2명으로 2013년 말(5.4명)과 지난해 말(7.2명)보다 늘었다. 응찰자가 낙찰받기 위해 낙찰가격을 높게 써내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고공행진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 말 97.4%로 2006년 12월(100.8%)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감정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고가 낙찰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일 경매에 나온 서울 독산동 주공14단지 59㎡형은 감정가(2억4500만원)보다 6000만원 가까이 비싼 3억27만5000원(낙찰가율 123%)에 낙찰됐다. 같은 달 8일 낙찰된 대치동 쌍용대치아파트 162㎡형은 감정가 대비 118%인 15억104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유찰 없이 바로 새 주인을 찾는 ‘신건 낙찰’도 증가세다. 서울 낙찰 아파트 중 신건 비율은 2년 전인 2013년 9월 1.5%에 불과했으나 올해 3월 10%를 넘어선 뒤 지난달엔 32.1%까지 치솟았다. 강남권에서도 이런 사례가 늘어 지난달 전체 25건 중 12건이 신건 낙찰이다.

 경매 열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전세난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용화 선임연구원은 “저금리 기조로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3년째 이어지는 전세난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H경매연구소 강은현 대표는 “전세난이 장기화하면서 전셋값에서 조금 더 보태 시세보다 집을 싸게 구입하려는 수요자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에선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물건 확보에 나서는 투자자도 부쩍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열 분위기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입찰 전에 반드시 현재 시세를 확인하고 감정가와 비교한 뒤 입찰가격을 정해야 한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경매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초보자가 분위기에 휩쓸려 고가에 입찰하는 건 위험하다”며 “경매 물건일수록 주변 시세와 주거 환경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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