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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 회담 앞둔 오바마의 입 Dr. 리

중앙일보 2015.10.13 02:23 종합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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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향

13∼16일 박근혜 대통령 방미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통역을 총괄하는 이연향(58)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은 9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정말 좋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미국 정부가 참여하는 국제 회의와 각종 회담의 통역을 전담하는 통역국의 책임자다. 아시아계로 이 자리에 오른 이는 이 국장이 처음이다. 통역국은 45개 언어를 관리하며 외부 통역사만 1500여 명이다.

미 국무부 통역국장 한국계 이연향
7년째 한·미 정상회담 통역 챙겨
“외교엔 정확하게 yes·no 없어
그 사이 어딘가 있어 뉘앙스 중요”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했던 뉴욕 유엔총회의 미국 측 통역을 관리했던 이 국장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부터 2013년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한·미 정상회담을 챙겨 왔다. 국무부에선 ‘닥터 리’로도 불리는 이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어 통역사’로도 활동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반 통역과 외교 통역은 차이가 있나.

 “물론이다. ‘어’ 다르고 ‘아’ 다른데, 외교 통역이 특히 그렇다. 외교에선 ‘예스(yes)’와 ‘노(no)’는 없고 그사이에 어딘가가 있을 뿐이다. 그 어딘가를 정확히 알리려면 단어와 뉘앙스가 중요하다. 또 통역은 번역과 달리 즉시성이 중요해 그 순간 정확한 단어로 바꿔 뉘앙스까지 전해야 하니 결코 쉽지 않다.”

 - 2001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부시 전 대통령이 DJ를 ‘이 사람(this man)’으로 지칭해 한국에서 논란이 일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을 알았다면 그런 오해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평소 친근함을 강조하는 분이다. 부시 전 대통령의 ‘this man’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김 전 대통령을 친근하게 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 걸로 봐야 한다.”

 -중국어 통역의 경우 사자성어가 많이 인용되는데 통역 교육은 어떻게 하나.

 “중국어 사자성어는 옮기기가 쉽지 않다.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를 다 설명하면 시간이 초과된다. 그렇다고 직역을 하면 그 취지를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이지만 중국어 통역 담당은 항상 어려움을 느낀다.”

 -어떻게 미 국무부 통역 책임자가 됐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통역사로 활동하다 1996년 미국 몬터레이의 통·번역대학원에 한국어 통역과가 만들어질 때 담당자로 미국에 왔다. 그 후 한국에 돌아가 이화여대에서 통·번역을 가르쳤다. 그사이 짬짬이 국무부의 통역 업무를 돕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 국장은 인터뷰 중 정상회담 통역의 에피소드를 묻자 “통역사의 기본은 보안”이라며 “현장에서 오간 대화는 현장을 벗어나면 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워싱턴 중앙일보 유현지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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