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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궁극적 평등 가져와” … 피케티 양극화와 다른 시각

중앙일보 2015.10.13 02:22 종합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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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소득·소비·저축 등 미시경제적 현상뿐 아니라 불평등의 기원을 연구했다. 그는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4년 9월 14일 미 웰즐리대학에서 불평등을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이다. [사진 웰즐리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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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위원회는 ‘소비’에 주목했다.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70)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소비·저축·후생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학자다. 괴란 한손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소비”라는 단어를 먼저 언급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소비를 연구한 학자를 선정했다는 의미였다.

미시경제학자 23년 만에 첫 수상

 디턴 교수는 미시경제학자다. 미시경제학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건 1992년 고(故) 게리 베커 전 시카고대 교수 이후 23년 만이다. 그 사이 노벨위원회는 게임이론, 금융이론, 계량경제학, 경제정책 연구자들을 경제학상 수상자로 주로 선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금융위기 이후 소비가 위축된 시대에 소비이론을 연구한 학자에게 노벨상이 돌아갔다”고 전했다.

디턴 교수는 학계에서 ‘디턴 패러독스’로 유명하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소득이 줄거나 늘면 소비는 더 큰 폭으로 줄거나 늘어난다. 하지만 디턴 교수가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의 변동 폭이 소득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디턴 교수는 평소 “소비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소득 감소를 대비해 저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턴 교수는 영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이중 국적자다. 그는 1945년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경제학과 소비자 행태(Economics and Consumer Behavior)』 『소비 이해(Understanding Consumption)』 등이 있다. 그의 저서 가운데 2013년에 펴낸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사진)』은 국내에 번역 소개돼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디턴은 경제학계의 ‘오비-완 케노비(Obi-Wan Kenobi)’”라고 했다. 케노비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스승(마스터) 가운데 한 명이다. 케노비는 마스터 요다만큼 훌륭하고 사려 깊어 멘토로 통한다. 디턴이 경제학계의 사려 깊은 멘토라는 얘기다.

 디턴 교수는 미시경제 변수인 소비만을 천착한 게 아니다. 그는 소비이론을 바탕으로 빈곤 문제까지 연구영역을 확대했다. 그 결정판이 바로 『위대한 탈출』이다. 그는 불평등의 기원과 250년에 걸친 경제적 진화 과정을 다룬 이 책에서 빈곤과 죽음으로부터의 탈출을 “인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탈출”이라고 봤다.

그는 철저한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9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고 로버트 포겔 전 시카고대 교수의 주장만큼이나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다. 포겔은 노예제가 미 경제 발전에 효율적으로 역할 했다는 사실을 규명해 노벨상을 받았다.

 디턴은 “성장의 부산물로 불평등이 초래됐지만 경제성장의 큰 방향은 전 세계의 발전과 궁극적인 평등을 가져왔다”고 했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위대한 탈출』의 추천사에서 “디턴의 처방은 정통 주류 경제학이 제시하는 빈곤 해소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디턴 교수의 연구 결과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세습된 부가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한 것과 관점이 다르다. 노벨위원회는 불평등이 글로벌 화두가 된 가운데 정통 주류 경제학자의 불평등 진단을 주목한 셈이다.

 디턴 교수는 올 12월 10일 스웨덴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황금 메달과 상금 800만 크로네(약 11억2000만원)를 받는다.

강남규·하현옥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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