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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최측근 강태용 ‘판도라 상자’ 열 핵심

중앙일보 2015.10.13 02:04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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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조희팔씨와 강태용씨(앞줄 오른쪽에서 둘째와 셋째)가 다단계 사업체를 차린 뒤 찍은 기념사진. [사진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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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대 다단계 사기 행각을 벌였던 조희팔(생존 시 58세)씨는 정말 사망했을까. 조씨와 측근이 숨긴 재산은 어디에 얼마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푸는 데 열쇠가 될 인물을 곧 검찰이 확보한다. 지난 10일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서 현지 공안에게 체포된 강태용(54)씨다.

중국서 이르면 이번주 말 송환
검찰 “정·관계 뇌물 수사도 검토”

 사건을 수사해 온 대구지검과 사기 피해자들에 따르면 강씨는 조희팔씨의 최측근이자 2인자다. 두 사람은 조씨가 다단계 사업을 시작하기 전 과일행상을 할 때부터 알았다. 서로 “형·아우” 하는 사이였다. 2004년 조씨가 다단계업체 ㈜BMC를 세운 뒤에 강씨는 부사장이 돼 자금을 관리했다. 두 사람을 가까이에서 본 투자피해자들은 “강씨의 조언에 따라 조씨가 사업을 확장했다”며 “그래서 강씨를 ‘조희팔의 브레인’이라 불렀다”고 전했다. 다단계 사기에 대해 사법당국이 수사에 착수하자 검찰과 경찰에 돈을 뿌린 것도 강씨였다. 동생(47) 역시 조씨 밑에서 일하다 2012년 검거돼 재판을 받고 수감됐다.

  강씨는 수사 개시 직후인 2008년 가을 중국으로 도피했다. 그해 말 조씨가 충남 태안의 작은 항구에서 어선에 7000만원을 주고 중국으로 밀항하기 두세 달 전이다. 검찰은 조씨와 강씨가 중국에서 상당 기간 함께 지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의 사망 여부를 강씨가 알고 있다고 추정하는 이유다.

 조씨의 사망에 대해서는 2012년 5월 경찰이 “지난해 12월 중국 웨이하이(威海)의 호텔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현지 공안이 발급한 사망확인서와 유족이 찍은 장례식 동영상 등이 근거였다.

하지만 그 뒤에도 “조희팔을 봤다”는 목격담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지상파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는 “조씨가 사망했다고 알려진 때부터 약 1년 뒤까지 인근 골프장에서 11번 골프를 쳤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조씨가 살아있다면 검거하고, 사망했다면 ‘공소권 없음’ 처분해야 하는 만큼 반드시 강씨를 통해 생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강씨가 조씨와 함께 적지 않은 회사 돈과 재산을 중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추적하기로 했다. 강씨가 체포된 곳은 웨이하이시의 초고층 고급 아파트였다. 이런 곳에서 살았다는 것은 현지에 재산이 상당히 있다는 얘기다.

 대구지검은 12일 브리핑에서 “사기는 물론 뇌물공여까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검찰이 파악한 로비·뇌물공여는 검경에 대한 것이었다. 사기 수사가 시작된 2008년 김광준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가 2억7000만원을 받았고, 대구경찰청 권모(51) 전 총경은 조씨 측으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되는 등 모두 6명이 연루됐다. 대부분 강씨가 돈을 뿌렸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정·관계에도 로비했다는 얘기가 전부터 나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정·관계에 대해서도 뇌물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사는 검찰이 강씨를 중국에서 송환받는 대로 이뤄진다. ‘판도라의 상자’라 불리는 강씨는 거의 대부분에 걸친 정보를 갖고 있다. 강씨는 이르면 이번주 말 한국에 온다. 중국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옮겨다니며 도피생활을 하던 강씨는 국내 검찰이 유력한 정보를 얻어 중국 공안부에 강씨의 소재를 알려주고 협조를 요청한 지 4일 만에 체포됐다.

대구=김윤호 기자, 유성운·서복현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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