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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북한 열병식‘무기 마케팅’ … 미국, IS에 흘러갈까 촉각

중앙일보 2015.10.13 01:50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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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노동당 창건 70주 열병식에 나온 자행포 부대.

북한의 불법 무기수출 활동이 심상치 않습니다. 유엔과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뚫는 집요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겁니다. 2년 전 7월 쿠바에서 미그-21 전투기 등을 싣고가던 청천강호가 파나마 당국에 적발돼 국제 망신을 산 일이 있는데요. 이후에도 수상쩍은 궤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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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보 당국은 요즘 싱가포르를 주목합니다. 이달 싱가포르 법원에선 현지 업체인 진포해운이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4년 간 북한 관련 기업이나 기관과 605회에 걸쳐 400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주고받았다는 겁니다. 앞서 7월에는 미 재무부가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를 도운 혐의로 싱가포르 소재 선박회사 세나트(SSC)와 네오나르도 라이 회장을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올렸죠.

국제 무장단체 등 잠재 고객 의식
김정은, 수출 홍보 주도하는 형국
북 무기 밀거래 1980년대 본격화
미국, 연 2억~5억 달러 규모 추산


 싱가포르에서 무역·보험 일을 하다 탈북·망명한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남아 선박 운영의 중심지란 점에서 싱가포르에 북한 군부와 육해운성, 보험 부문 등에서 많은 회사가 나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불법 무기거래를 위한 자금과 위조서류가 오가는 북한 거점이란 얘기죠.

  군사 퍼레이드와 불법 무기수출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10일 김일성광장에서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이 열렸는데요. 개량형 KN-08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300mm 방사포 등 30종이 넘는 무기 300여 점이 선보였죠. 선군(先軍) 노선과 김정은 리더십을 선전하려는 의도에서 치러진 행사겠지만 다른 의도도 깔려있다는 겁니다. 바로 북한 무기에 눈독을 들이는 해외 국가와 무장단체 등 잠재 고객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인데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미사일이나 방사포뿐 아니라 자폭형 무인기 등 신형 군사장비 테스트까지 참관하고 이를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합니다. 김정은이 무기수출 마케팅의 전면에 나선 형국이죠.

  우리 정보 당국 관계자는 “아프리카·중동의 분쟁지역 반군과 거래하거나 특히 테러 집단인 이슬람국가(IS)에 북한산 무기가 흘러들어갈 가능성에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귀띔합니다.

 북한의 무기 밀거래는 1980년대 본격화했습니다. 이란과 이라크 간의 8년 전쟁(1980~88년)을 틈타 미사일 판매로 큰돈을 벌어들였죠. 제동이 걸린 건 2006년 10월 첫 핵실험을 하면서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해 전차나 전투기·헬기·전함·미사일 등의 부품이나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걸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따금 적발되는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란 얘긴데요.

  북한은 2000년 7월 북·미 미사일협상 때 수출 중단 대가로 매년 10억 달러를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죠.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연간 2억~5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김정은 은 이번 당 창건 행사 때 “인민”을 100회 가까이 언급하며 민생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제재와 고립을 자초하는 불법 무기거래에 집착한다면 공약(空約)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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