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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가며 헤어진 자매, 미국 직장서 기적적 재회

중앙일보 2015.10.13 01:07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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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살다가 39년 만에 재회한 언니 신복남(왼쪽)씨와 동생 신은숙씨. [새러소타 AP=뉴시스]

1970년대 한국의 고아원에서 각각 다른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이복 자매가 39년 만에 기적적으로 상봉하는 일이 벌어졌다.

닥터스 병원 신복남·은숙씨
고아원 거쳐 76·78년 각각 입양돼
플로리다서 우연히 같은 병원 근무
만나 보니 닮은 점 많아 DNA 검사
“친자매” 통보 받고 감격의 눈물

 플로리다주 지역 신문인 새러소타 트리뷴은 10일(현지시간) 신복남(46·미국명 홀리 호일 오브라이언)씨와 신은숙(44·미건 휴즈)씨 자매의 사연을 보도했다. 복남씨와 은숙씨는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몰래 계모를 따라서 집을 도망쳐 나왔다. 이후 계모가 두 사람의 양육을 포기하면서 복남씨와 은숙씨는 부산의 한 고아원에 맡겨졌다.

 동생 은숙씨가 5살이던 76년에 미국 뉴욕주 킹스턴의 한 가정으로, 뒤이어 언니 복남씨가 78년 버지니아주 알렉산더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복남씨는 양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자신의 한국 생활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바가 없었다. 남편과 주위에 도움으로 동생의 행방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두 사람의 생물학적인 자료가 한국의 고아원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1년부터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복남씨는 지금은 이혼한 전남편을 따라 2005년 플로리다주 새러소타로 이사를 오게 됐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복남씨는 지난 1월 이 지역의 재활치료 전문 병원에 간호조무사로 취직했다. 양아버지의 병간호 때문에 81년부터 플로리다주에서 살았던 은숙씨는 2002년 간호조무사가 됐고 그 역시 지난 3월 복남씨와 같은 병원에 취직했다. 500㎞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이 마침내 같은 병원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한국 출신 간호 조무사가 두 사람이나 있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닥터스 병원에 퍼졌다. “같은 나라 출신인데 그래도 한 번 만나보라”는 주위의 권유에 복남씨와 은숙씨는 결국 병원에서 재회하게 됐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한국에 있을 때 성이 같다는 점과 잃어버린 가족 등을 얘기하던 중 여러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복남씨는 은숙씨가 어린 시절 자신이 잃어버린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먼저 DNA 검사를 제안했다.

마침내 지난 8월 두 사람은 자신들이 친자매라는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자식 없이 혼자 살던 복남씨는 조카 두 명을 둔 이모가 됐다. 그는 “내가 살면서 좋은 일을 했기 때문에 내게 이런 기적이 이뤄진 것 같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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