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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살림의 선수’ … 대한항공 고공비행 예약

중앙일보 2015.10.13 00:53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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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대한한공 세터 한선수가 허를 찌르는 볼배급으로 코트를 장악하고 있다. 한선수는 “대한항공의 첫 통합우승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전업주부는 휴업하고 우승을 이끄는 세터가 되야죠.”

 프로배구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30·1m89㎝)가 군 복무를 마치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지난 시즌 4위 대한항공은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16시즌 V리그 홈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3위 한국전력에 3-0 완승을 거뒀다. 연봉 킹(5억원) 한선수의 능수능란한 토스워크에 주포 마이클 산체스(21점)는 신바람을 냈다. 지난 시즌 불안한 토스를 받고 얼굴을 찡그렸던 산체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한선수의 적절한 볼 배급에 정지석(12점)·김학민(10점)도 살아났다. 2년 만에 프로배구 코트에 선 한선수는 “상근 예비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가정에 충실했다.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전업주부였다”며 “이제 코트를 지휘하는 세터로 복귀했다. 우리가 우승후보라고 하는데 나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이 우승후보로 꼽힌다.

 “내가 합류해서 우승후보라고 하더라(웃음). 우리 팀은 세터와 공격수 간의 호흡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지난 8월 제대 후 팀에 합류했는데 아직 동료들과 손발이 안 맞는 부분이 있다. 나도 이번 시즌 우승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 2005년 V리그 원년 이후 한 번도 통합우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2010~11시즌 정규리그를 제패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에 지지 않았나. 삼성화재 아성을 우리 팀이 깨고 싶었는데 OK저축은행이 대신 했더라. 나를 비롯해 정규리그 우승 당시 주전 멤버들이 이번 시즌에 다 복귀하는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도 강렬하다.”

 - 군 복무하면서 배구 보는 눈이 달라졌나.

 “2013년 11월 입대를 한 후, 일부러 배구를 안 봤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팀에 잠깐 찾아갈 때마다 김종민 감독님 표정이 어두웠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오른어깨 인대 접합과 물혹 제거 수술을 받고 나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났다. ‘이런 몸으로 팀에 돌아가면 배구가 잘 풀릴까’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팀이나 감독님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내 몸 만들기에 바빴다.”

 - 오른쪽 어깨는 어떤가.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배구선수라면 누구나 있는 부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개인 시간을 빼서 어깨 보강 운동을 수시로 하고 있다. 아내가 코트에 복귀하는 나에게 ‘쉴 때는 좀 쉬어라. 다 하려고 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 나가면 어깨 상태는 잊게 된다.”

 - 라이트 산체스와 호흡이 좋다.

 “산체스가 나에게 ‘고집 있는 세터’라고 하더라. 생각지도 않은 토스를 해서 놀래킨다고 ‘똘아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산체스도 ‘똘아이’ 기질이 있어서 대화를 많이 하면서 맞춰가고 있다. 산체스에게만 토스를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다. 각 선수 입맛에 맞게 공을 올리겠다.”

 - 2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나.

 “배구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상무를 갈 수도 있었지만 상근 예비역을 선택했다. 그 동안 살림과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미안했다. 2년동안 군 복무 틈틈이 전업주부 역할을 했다. 세살배기 딸을 돌보며 요리하고 설거지를 했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이 ‘동네 백수형’ 같았다(웃음).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을 동력 삼아 우승을 이끄는 세터가 되겠다.”

글=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한선수는 …

● 생년월일 : 1985년 12월 16일
● 체격 : 1m89㎝·80㎏
● 수상
2009~10년 2연속 V리그 올스타전 1위
2009 ~11시즌 2연속 V리그 세터상
2010·14년 아시안게임 동메달
● 취미 : 요리하기
● 특이사항
2013년 프로배구 역대 최고 연봉(5억원)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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