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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당·청 간 국민공천제 논란’

중앙일보 2015.10.13 00:41 종합 30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2015년 10월 2일 30면>
대통령은 공약, 김 대표는 순리를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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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청와대와 친박계 그리고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공천제도 다툼을 보면 집권 세력의 국정 책임감에 커다란 의문이 든다. 임기 후반부를 시작한 박근혜 정권은 내외의 어려운 환경에 싸여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반발해 이산가족 상봉을 취소할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한다.

 국내적으로는 노사정이 어렵게 합의한 노동개혁을 입법화해야 하는 중요한 숙제가 있다. 어제는 후반기 국정감사가 시작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가 어제 하루 모든 일정을 취소하면서 청와대와 맞섰다.

 집권세력의 공천 갈등은 대통령이나 김 대표나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해 2월 새로운 공천제도를 당헌으로 규정했다. 당원과 국민이 적당한 비율로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 제도다. 과거 정권에서 공천심사위원회라는 틀을 이용해 권력이 개입했던 전략공천은 원칙적으로 배제됐다. 새누리당은 이 제도로 지방선거를 치렀으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런 당헌이 버젓이 있음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룰(rule)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국회의원은 차기 대권을 포함한 권력의 운용과 깊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자기 세력을 늘리려 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대표 경선에서 완전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공약했기 때문에 이를 관철하려고 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12년 11월 “국회의원 후보 선출은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법제화는 되지 않았지만 현재 새누리당 당헌은 ‘국민참여’를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공약의 핵심 취지는 권력이 개입했던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정·청은 기본적으로 협력 체제를 유지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청와대가 당의 공천제도에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다.

 하지만 먼저 ‘전략공천 배제’라는 원칙을 천명하고 논의에 가세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전략공천의 부활을 통해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청와대 참모를 포함해 친박 인사들이 특정 지역구에 공천을 받기 위해 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민의와 무관한 공천이 되풀이된다면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김 대표도 공약이었던 완전국민경선이 어려워지자 안심번호를 이용해 전화 여론조사로 공천하는 방안을 단독으로 추진해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투명한 공천 논의를 주도할 책임이 있다.

 대통령이나 김 대표나 공천을 통해 세력을 확대하려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이런 유혹을 접고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김 대표는 당내 합의라는 순리를 지켜야 한다.

한겨레 <2015년 10월 2일 31면>
정당민주주의 훼손하는 대통령의 ‘여당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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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충돌은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과거엔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면서 당무를 좌지우지하고 여당을 통해 국회까지 통제하던 권위주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너무 컸기에, 대통령의 집권당 지배를 종식하고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를 강화하려 애쓴 것이 1990년대 이후 정치개혁의 일관된 방향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은 총재에서 일반 당원으로 물러앉고, 공천권을 청와대에서 행사하던 관행도 점차 사라졌다.

정당 민주화의 흐름이 뚜렷하게 꺾인 것은, 아니 오히려 역류하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다. 박 대통령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청와대 특보로 기용했고, 여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든 개입해서 당을 장악했다. 국회의원 투표로 뽑힌 여당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내쫓은 6월의 ‘유승민 파동’은 그 단적인 사례다. 그때 김무성 대표는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란 명분으로 유승민 원내대표 축출을 보고만 있었다. 국회 다수당의 대표가 청와대 참모의 정면공격을 받는 요즘의 한심스러운 모습은 김 대표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여당은 정부와 한 몸이기 이전에 삼권분립 정신에 따른 입법부의 한 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갈등도 이런 기조 위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책 집행에 관한 일도 아닌 순전히 정당 내부의 일인 공천 문제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건 정당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정당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통령보다 당원과 국민의 뜻을 먼저 반영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공천제에 관한 야당과의 협의 내용을) 청와대에 사전 통보했다”는 김 대표의 발언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는 청와대와 협의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당의 공천권 문제에 왜 대통령이 개입하느냐”고 따졌어야 했다. 청와대 개입을 당연시하고 사전 조율을 얼마나 잘했는지만 따지기 시작하면 여당의 독자성은 설 자리가 없다. 당원과 국민보다 대통령을 먼저 쳐다보는 ‘샐러리맨 여당’만 남을 뿐이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청와대에 무릎 꿇는 여당의 모습은 ‘유승민 사태’ 때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 이럴 거면 당 총재직을 대통령에게 다시 헌정하는 게 훨씬 솔직할 것이다. 언제까지 대통령이 여당을 틀어쥐고 흔드는 후진적 정치 행태를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논리 vs 논리
<중앙>자기 세력 키우기 룰 다툼 곤란 vs <한겨레>대통령만 쳐다보는 여당 안 돼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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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양당 공식 기구에서 논의해 더 좋은 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추석 연휴인 지난달 2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적용할 공천 방식과 관련,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도입에 잠정 합의하면서부터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가세한 연쇄 충돌이 일어났다. 그중 이번 사설 비교 분석의 대상은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사이의 갈등에 대해 다룬 사설이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 모두 양당 대표가 합의한 공천제도 자체에 대한 내용이나 의미보다는 합의 이후 청와대가 보인 태도와 김무성 대표의 반응에 주목했다. 그런데 이를 다루는 두 신문의 시각은 전혀 결이 다르다. 중앙일보는 청와대와 김 대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전적으로 청와대의 ‘여당 지배’ 의지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중앙일보의 경우는 이번 공천제도 다툼을 보면서 ‘집권 세력의 국정 책임감에 커다란 의문이 든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임기 후반부를 시작한 박근혜 정권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을 뿐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는데 청와대와 김 대표가 정면으로 맞서 있는 모습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정당 민주화의 흐름이 뚜렷하게 꺾였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과거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면서 당무를 좌지우지하고 여당을 통해 국회를 통제하던 권위주의 시절을 상기시키면서 정책 집행에 관한 일도 아닌 순전히 ‘정당 내부의 일인 공천 문제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건 정당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일보는 집권 세력의 공천 갈등은 대통령이나 김 대표나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진단한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국민참여경선 제도를 당헌으로 규정하고 전략공천은 원칙적으로 배제했는데, 이런 당헌이 버젓이 있는데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 이유를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국회의원은 차기 대권을 포함한 권력의 운용과 깊이 연결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자기 세력을 늘리려 하고, 김 대표는 지난 7월 경선에서 완전국민경선제를 공약했기 때문에 이를 관철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겨레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너무 커서 대통령의 집권당 지배를 종식하고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를 강화하려고 애쓴 것이 1990년대 이후 정치개혁의 일관된 방향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총재에서 일반 당원으로 물러앉고 공천권을 청와대에서 행사하던 관행도 점차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청와대 특보로 기용했고, 여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든 개입해 당을 장악해 왔다는 주장이다. 국회의원 투표로 뽑힌 여당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축출한 ‘유승민 파동’이 그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이번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사이의 공천제도 갈등 원인에 대한 진단에 있어서도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가 당의 공천제도에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지만, 먼저 ‘전략공천 배제’라는 원칙을 천명하고 논의에 가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전략공천의 부활을 통해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김무성 대표도 공약이었던 완정국민경선이 어려워지자 안심번호를 이용해 전화 여론조사로 공천하는 방안을 단독으로 추진해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투명한 공천 논의를 주도할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의 대표인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에 한겨레는 ‘대통령이 여당을 틀어쥐고 흔드는 후진적 정치 행태’가 이번 파동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당원과 국민보다는 대통령을 먼저 쳐다보는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정당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통령보다 당원과 국민의 뜻을 먼저 반영하는 데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스스로 국회 다수당의 대표가 청와대 참모의 정면공격을 받는 한심한 모습을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청와대에 무릎 꿇는 여당의 모습은 ‘유승민 사태’ 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럴 거면 총재직을 다시 대통령에게 헌정하는 게 훨씬 솔직할 것이라는 지적까지 덧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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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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