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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시민의식만이 ‘제2영종대교 참사’ 막는다

중앙일보 2015.10.13 00:35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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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경제부문 기자

인천국제공항을 출입하다 보니 영종대교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 이 다리를 건널 때면 지난 2월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추돌사고의 장면이 떠오른다. 전체 길이 4.4㎞ 중 1.3㎞ 구간에 사고 차량 106대가 서로 엉켰다. 2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다쳤다.

 최근 영종대교를 운영하는 신공항하이웨이가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그동안 추진해 온 안전장치 보강을 마쳤다고 했다. 주행 중 노면 상태와 다리 위의 기상 상태를 분석하는 장비를 갖춘 차량이 이번에 새로 도입됐다. 이 차를 타고 다리 위를 지나며 안개 농도에 따라 9단계로 자동 조절된다는 안개시선유도등, 감속 운행을 유도하는 경광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가장 눈에 띈 건 커다란 빨간색 원 안에 하얀색 숫자 100이 표시된 제한속도전광표지판이었다. 일명 가변속도제한표지판으로 모두 10개가 다리 양쪽에 세워졌다.

 김성태 시스템운영본부장은 “안개·강풍 등 기상 조건이 바뀌면 그에 맞게 자동으로 조정된 적정 최대 속도가 전광판에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안전시스템을 이처럼 보강하는 데 20억원이 소요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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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인천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 2명이 숨지고 6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중앙포토]


 이 정도면 영종대교 위에서 앞으로 기상 악화로 인한 교통사고는 크게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변속도제한표지판을 비롯한 모든 위험 상황 안내는 명확한 경찰의 단속 없이는 운전자들에게 권고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김 본부장은 “제대로 이 설비들이 효과를 보려면 자동으로 변하는 속도 제한에 따른 경찰의 속도 위반 단속이 병행돼야 해 경찰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리 구간에 속도제한표지판과 연동된 구간별 과속단속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단속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일단은 다리 이용자들이 얼마나 속도 제한을 준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안전장치를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못 맞추고 있는 형국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2월 추돌사고는 안이한 운영사와 경찰의 소극적 단속에 기인했다. 기상청의 안개 경고가 있었음에도 운영사는 적극적으로 차량을 통제하지 않았고, 경찰의 현장 단속은 없었다. 법을 무시하는 운전자도 주요 원인이었다. 사고 당시 안개 탓에 시계는 15m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차량의 속도가 시속 90㎞를 넘으면서 대형사고로 번졌다.

 영종대교처럼 대형 교통사고 위험 지역에서는 활용 가능한 첨단 장비와 강력한 교통 규제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 또한 지킬 건 지키는 성숙한 교통의식이 전제돼야만 수십억원을 들여 보강하는 안전장치들이 제 몫을 다할 것이다.

문병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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