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데스크 view &] 국회의원도 취업 청탁해야 하는 시대

중앙일보 2015.10.13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표재용
산업부장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던 여야가 확 달라졌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문제를 놓고 똘똘 뭉쳐 스크럼을 짜려는 모습이다. 특히 당이 쪼개지기라도 할 것처럼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 저지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제 1야당이 계파를 초월해 한뜻을 모은 건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얼마 전에도 취업 청탁 의혹에 휩싸인 소속당 윤후덕 의원에 대해 너 나 할 것 없이 관대함을 보였다.

 윤 의원은 금배지를 내세워 로스쿨을 졸업한 딸을 지역구에 있는 기업에 청탁 전화를 해 사내 변호사로 취직시켰다. 불운하게도 성공한 ‘취업 갑질’이 공개되면서 세간의 질타가 쏟아졌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당 지도부가 제기해 착수된 당내 윤리 심판원의 직권조사는 그러나 블랙 코미디로 끝나고 말았다. 청탁 전화 시점과 징계 의뢰 시점이 2,3일 차이로 시한 초과에 걸려 각하 처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이다. 엄정한 당내 규정을 적용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설명과 함께. 모처럼 의기투합한 제 1야당 의원들의 속내가 뭔지 읽어내는 능력은 유감스럽게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극심한 취업난에 딸자식을 위해 취업 부탁 전화 한통 한 게 대역죄라도 되는 일인가’라는 동정심과 제 식구 감싸기 심리가 이심전심으로 통한 결과가 아닐까 추정해 볼 뿐이다.

 사실 한명 한명이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조차 청탁과 민원을 해야 할 만큼 청년 실업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1년간의 각고 끝에 탄생한 9·15 노사정 대타협에 대해 제1 야당은 그야말로 떫은 감 씹은 표정 일색이다. 이 땅의 수십만 젊은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상황을 어떡하든 간에 해결해보자며 기성세대 대표 격인 노·사·정이 인내와 양보로 일궈낸 합의인데도 말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결론은 뻔하다. 어렵게 싹을 틔운 청년들의 일자리 찾아주기 염원이 입법화로 이어지기는 불가능하다.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는지 문재인 대표는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며 독자 방안을 11일 내놨다.

 이를 위해 청년친화형 기업 인증제와 청년 고용 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수고스럽게 먼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더 빠르고 현실적으로 청년 취업난 해법을 국회에서 마련할 수 있다.

 야당이 국회 선진화법을 내세워 발목잡고 있는 경제 활성화 법을 적극 처리하는 일이다. 하나같이 기존 규제를 확 풀거나 국내에 없던 비즈니스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은 법안들이다.

 정부가 밝힌 효과가 다소 과장된다 치더라도 35만 명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벌써 2년 9개월 이상 야당에 뒷덜미가 잡혀 있다.

 원격 진료 등 의료법 개정안(예상 고용 인력 3만9000명)과 호텔 설립 완화를 골자로 한 관광진흥법(1만7000명 고용 예상) 역시 같은 처지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의 변치 않는 귀족 노조 감싸기 인식을 바꾸는 것 역시 청년 실업 문제를 푸는데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바로 그게 청년 실업은 물론 소득 양극화를 악화시키는,‘헬 조선(지옥+한국)’를 만든 본질적 문제 가운데 하나여서다. 왜 그럴까. 야당의 비호 속에 대기업 강성 노조는 매년 파업으로 임금 인상을 이끌어낸다. 그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상황이 더 심화한다. 그 뿐인가. 대기업들 역시 임금 부담에 갈수록 사람들을 덜 뽑으려 한다.

 사실 문재인 대표가 새삼스레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놓지 않더라도 제1야당은 이미 당 핵심 강령에서 청년 실업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혁신적 경제 성장으로 고령화에 대응하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한다… (이하 중략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공사다망하더라도 해당 강령을 꼭 한번 읽어봐주길 바란다. 여당 견해 못지 않게 제1 야당의 국사 교과서 다양화 의견도 존중한다. 대신 청년 실업 해소에 보다 적극 나서달라. 당 동료의원 자녀 취업 문제처럼만 생각하면 충분히 힘을 모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도 수많은 청년들이 눈물과 한숨 속에 대한민국을 원망하고 있지 않는가.

표재용 산업부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