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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전국서 뜨는 저비용항공사

중앙일보 2015.10.13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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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지난 1일 대구~괌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올 들어서만 대구에서 오사카·상하이 노선에 이어 세번째로 취항한 국제선이다. 함철호 티웨이항공 대표는 “괌을 가려면 인천이나 부산으로 가야 했는데 이번 신규 취항으로 대구에서도 편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공항은 올 1~8월 수송인원 133만 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공항 측은 대구를 거점 공항으로 활용하는 티웨이항공의 공격적인 노선 확장 덕분으로 분석했다.

국적 대형항공사와 2차 대전
김포·인천 중심 취항서 벗어나
지방공항 여러곳서 이용 늘어
“싼 가격으로 편하게 여행 가능”
9시간 넘는 하와이까지 날기도

 LCC인 이스타항공은 같은 날 제주~방콕 노선에 취항했다. 주 7회, 연간 6만7000석의 좌석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2013년부터 329편의 부정기편을 띄워 ‘상품성’을 검증했다. 김정식 이스타항공 대표는 “평균 98% 이상 탑승률을 기록할 만큼 경쟁력 있는 노선”이라며 “제주도민과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항공 여행의 길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청주 공항을 거점으로 상하이·홍콩·옌지·다롄 등에 취항하고 있다.

 하늘길을 점령하기 위한 LCC의 공세가 거세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같은 국적 대형항공사(FSC)가 점령한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들어가고 있다. 인천·김포공항을 중심으로 한 국제선 취항, 기내식을 비롯한 서비스 확대로 첫 포문을 열었다면 최근엔 덩치 큰 FSC가 뛰어들기 어려운 틈새를 노리는 ‘2차 공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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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김포뿐 아니라 다양한 지방 공항에서 앞다퉈 비행기를 띄우는 게 대표적이다. FSC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방 공항 취항을 꺼리고 있다. 반면 LCC는 티웨이가 대구를 거점으로 괌·상하이·오사카에 취항한 데 이어 부산에 본사를 둔 에어부산도 올해만 부산~옌지·장자제·다낭·괌에 잇따라 취항했다. 에어부산은 연말에 삿포로에도 취항할 계획이다.

저비용항공사끼리 항공기 도입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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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가 청주·무안·대구·제주 국제공항(위쪽부터)을 거점으로 국제선 취항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 거점 마케팅에 한창인 프로야구단과 비슷한 마케팅 전략이다. LCC의 올 상반기 국제선 승객 분담률은 13.2%까지 뛰어올랐다. [중앙포토]

 청주·군산 공항을 거점으로 한 이스타항공은 청주에서 홍콩·옌지·다롄·상하이·하얼빈 등을 취항하고 있다. 이달 초 제주~방콕 노선에 취항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인천~오키나와, 부산~오사카·방콕 노선도 뚫을 계획이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일본·중국·대만과 동남아 등에서 24개 국제선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베이징, 부산~방콕·괌·후쿠오카 같은 지방 노선 취항도 적극적이다. 연말까지 부산~오키나와, 인천~다낭 노선에도 비행기를 띄운다.

 진에어는 야심이 더 크다. 올 12월에 ‘마의 5시간’(중단거리 노선 운항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인천~호눌룰루(약 9시간 30분)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왕복 기준 요금을 60만~80만원(프로모션시 50만원 대)에 내놔 화제가 됐다. LCC가 FSC의 전유물이었던 장거리 노선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진에어는 부산~세부·오사카, 제주~상하이·시안 노선에도 취항 중이다. 연말까지 인천~다낭·칼리보(보라카이)·푸켓·하노이 노선에 비행기를 띄울 계획이다.

 최근 부산에서 LCC를 타고 오사카를 다녀온 최아영(28)씨는 “단거리 노선에서 굳이 인천까지 가서 FSC를 탈 이유가 없다”며 “해외 단거리 여행을 떠날 땐 부산에서 출발하는 LCC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경영학) 교수는 “LCC가 지역을 거점으로 전국구 팬 확보에 나선 프로야구단과 비슷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FSC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발을 뺀 지방 공항을 몸집이 가벼운 LCC가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항공기도 크게 늘고 있다. LCC 1·2위를 다투는 제주항공·진에어의 여객기 확보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지난해까지 17대를 보유한 제주항공은 올해 B737-800 3대를 들여와 20대를 확보했다. 국내 LCC 중 가장 많다. 연내 2대를 더 사들일 계획이다.

 진에어는 올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6대를 신규 도입한다. 진에어 관계자는 “전체 대수에선 제주항공에 밀리지만 중대형 여객기가 많아 총 좌석수로 따지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도 5일 에어버스 A321-200과 보잉 B737-800을 각각 도입했다.

 최근엔 ‘종합 여행사’ 수준의 서비스도 제공하는 추세다. 제주항공은 괌·사이판 공항에서 여행객을 대상으로 라운지를 운영한다. 현지 업체와 손잡고 호텔·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진그룹 계열인 진에어는 한진렌터카·칼호텔과 활용한 연계 영업을 하고 있다.

패키지 여행상품 자체 개발하기도

 에어부산은 11월부터 홈페이지에서 ‘플라이&팩(FLY&PACK)’이란 여행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이 해외 현지 호텔·리조트, 여행상품, 렌터카 등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국내 LCC 최초로 시도하는 여행 연계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스타항공은 청주 공항 인근에 호텔을 개발할 계획이다.

 LCC의 공세에 FSC는 괌(대한항공)·사이판(아시아나) 같은 독점 노선까지 흔들리고 있다. 인천~괌 노선은 더이상 대한항공의 안방이 아니란 얘기까지 나온다. 진에어(2010년 4월)·제주항공(2012년 9월)·티웨이항공(2015년 9월)이 잇따라 취항하면서 고객 선택폭이 넓어졌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승객 분담률 37%를 차지해 대항항공을 제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1일 취항 1주년을 맞은 인천~사이판 노선에선 1년 동안 15만1000명을 실어날랐다고 밝혔다.

 공세를 강화한 만큼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LCC 5개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의 국제선 승객 분담률은 2011년 상반기 3.6%에서 올 상반기 13.2%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FSC의 분담률은 62.1%에서 49.6%로 줄었다. FSC의 분담률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LCC의 성장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5개 LCC 외에 외항 LCC 20개사가 뛰는데다 에어서울을 비롯한 5개 항공사가 LCC 설립을 추진하거나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아시아나가 추진하는 에어서울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빌딩 사무실 임차 계약을 맺었다. 이달 중 국토교통부에 면허를 신청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연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LCC의 무리한 확장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덩치가 커진데 따라 가격 경쟁력을 잃은 FSC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허희영 교수는 “아직 한국 시장에 본격 뛰어들지 않은 중국의 LCC가 한국에 대거 진출하면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의 70% 이하 수준의 낮은 운임으로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다. 자리배정과 수하물·기내식·자리배정 같은 서비스가 포함된 FSC와 구별된다. LCC에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정 비용을 내야 했지만 최근 일부 LCC가 기내식을 무료 제공하는 등 FSC와 경계를 허무는 추세다. 1971년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시초다. 국내 최초 LCC는 2005년 출범한 제주항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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