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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정부 공사 발주 때 시공 능력, 사회적 책임도 본다

중앙일보 2015.10.13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2009년 5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도로건설 공사를 발주했다. 응찰업체들이 비슷한 가격을 써냈는데 A사는 월등히 싼 518억원에 입찰했다. 과거 공사비 절감 실적을 담은 자료도 첨부했다. 그러나 감사원 확인 결과 13건의 확인 서류는 가짜였다. 다른 지방국토관리청 직인을 컴퓨터로 복사하는 수법을 썼다.

종합심사 낙찰제 도입
최저가 낙찰, 입찰 비리 많아
심사관 전문·투명성이 열쇠
업계 “낙찰률 올라갈 것” 환영

 #2010년 8월 대형 건설사 두 곳은 4대 강 사업 중 농업용 저수지 둑을 높이는 공사에 응찰하면서 담합을 했다. 입찰 직전까지 투찰 가격을 협의해 각각 공사 예정 금액(475억원)의 99.98%와 99.96%를 써냈다. 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 공사를 나눠서 따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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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최저가 낙찰제 대신 종합심사 낙찰제를 도입하려는 건 정부 발주공사 때마다 지적된 고질적인 입찰 비리를 막자는 취지다. 최저가를 써낸 업체에 공사를 주다 보니 서류를 위조하거나 담합 유혹에 쉽게 빠졌다. 저가에 낙찰받은 뒤 하도급업체에 하청을 주면서 가격을 후려치는 관행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를 고치기 위해 앞으론 가격과 함께 공사 수행능력이나 하도급업체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낙찰자를 정하겠다는 얘기다.

 300억원 이상 규모로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이 대상이다.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한 ‘국가계약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종합심사 낙찰제엔 가격 외에 공사 수행능력과 사회적 책임을 배점 항목에 포함시킨다. 이호근 기재부 계약제도과장은 “100점 만점에 가격은 50~60점, 공사 수행능력은 40~50점으로 하고 사회적 책임은 가점 1점으로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책임은 가점 1점에 불과하지만 응찰 기업의 점수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사회적 책임 부문은 ▶고용 ▶공정거래 ▶건설 안전 ▶지역 업체 등 4개 세부 항목으로 다시 나뉜다. 기재부는 각각 0.2~0.4점 범위에서 발주기관이 배점을 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매출액 대비 인력 고용 수준, 임금 체불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고용)를 따지고 공정거래법·하도급법 위반 여부와 국토교통부의 ‘건설업자 간 상호협력 평가’ 결과(공정거래)를 점수에 반영한다. 건설 현장 사망률, 재해율(건설 안전)과 컨소시엄에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업체가 얼마나 포함됐는지(지역 업체)도 따진다. 세부적인 점수 기준은 하위 법령인 계약예규를 통해 올 12월 확정될 예정이다.

 최저가 낙찰제가 폐지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최저가 낙찰제가 폐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산 낭비를 질타하는 여론이 일 때마다 다시 최저가 낙찰제가 부활하곤 했다. 이유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심사 인력의 전문성과 윤리성, 절차의 투명성을 갖춰야 종합심사 낙찰제가 당초 취지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대체로 종합심사 낙찰제 도입을 반기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종합심사 낙찰제가 시행되면 최저가 낙찰제보다 낙찰률(원가 대비 낙찰금액의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 공사 수행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가격경쟁에 의한 방식보다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종합심사 낙찰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수행능력 평가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만족하는 곳은 대부분 대형 건설업체라는 점이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종합심사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결과 낙찰률이 78% 정도로 원래 목표치인 80~85%보다 낮았다”며 “발주기관들이 아직도 단가 심사를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최저가 낙찰제의 폐해가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한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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