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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로펌 상생할 때 … 사내변호사 3000명 역할 중요

중앙일보 2015.10.12 01:32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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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개방을 통해 법률시장 규모가 커지고 국내 로펌 도 전문화돼 해외 사건을 직접 수주하는 단계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근 기자]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국내 대형 로펌 중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다. 2004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에 진출한 뒤 2008년 상하이, 올해 두바이·홍콩·하노이·호찌민 등 모두 6개 도시에 현지 사무소를 냈다.

위기의 로펌 <5> 대형 로펌 대표 릴레이 인터뷰
법무법인 태평양 김성진 대표


 올해 태평양 대표로 취임한 김성진(57)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사무소는 당장의 수익 창출이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3000명에 이르는) 대기업 사내변호사는 로펌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는 고객이기 때문에 긴밀한 협력관계로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세계 80위권의 금융산업을 키워야 법률시장 등 나머지 지식서비스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다”며 “해외 인수합병(M&A)과 원전·고속철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 시행사업도 우리 금융이 뒷받침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로펌도 전문성을 키워 해외 소송을 직접 수행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러면 우리 기업이 해외 로펌에 지급하는 비용을 가져와 법률시장을 4조~5조원대 규모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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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평양은 지난해 매출 성장세가 주춤했다.

 “10년 이상 국내 로펌 2위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한 것 같다. 올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1100억원대의 매출로 예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법률시장 개방으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로펌이 전문성과 서비스 경쟁력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데.

 “그렇지 않다. 전통적인 레드오션인 송무 분야도 ‘복잡하고 어려운 소송은 태평양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쌓이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단군 이래 최대 소송이라는 코레일의 8조원대 용산개발부지 반환소송을 맡고 있다. 국내 최대의 기업 매각인 홈플러스 매각 건을 포함해 올해 대형 M&A 사건 대부분을 우리가 맡았다. 제주 지역 부동산 투자 등 최근 급증하는 중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 자문도 맡고 있다.”

 -법률산업을 성장시킬 방안이 있나.

 “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금융산업 경쟁력은 지난해 80위에서 더 떨어져 87위다. 금융 경쟁력을 키워야 법률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개발사인 벡텔·맥쿼리 같은 회사는 국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매년 수십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 중국·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사무소 6개를 열었다.

 “단기 수익을 보고 많은 투자비용이 드는 해외 사무소를 연 게 아니다. 한국 기업들에 최신 정보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미얀마에도 곧 변호사를 파견할 예정이다. 태평양은 금융위원회의 핀테크(금융·정보기술)사업 해외진출 협력단에도 국내 로펌 중 유일하게 들어갔다.”

 - 대기업이 아웃바운드(해외 시장)에서 현지 로펌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나.

 “해외 시장 진출이 시작 단계인 건 분명하지만 최근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국제중재와 건설·부동산투자 분야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본다. 외국 로펌과 실력만 대등하다면 한국 기업이 한국 로펌을 쓰지 않을 이유가 있겠느냐. 실제로 지난 8월 롯데호텔의 뉴욕 맨해튼 팰리스호텔 8억500만 달러 인수계약은 우리가 담당했다. 현지 로펌인 폴 헤이스팅스에서 호텔매매를 담당했던 미국 변호사를 영입해서다. 2012년 GS건설의 스페인 수자원처리업체 이니마(Inima) 인수도 우리가 맡았다. 다만 국내 기업들 사이에 ‘한국 로펌은 능력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런 인식을 깨려고 노력하고 있다.”

 - 내년부터 외국계 로펌이 합작 법인을 만들어 국내 법률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법 자문, 인허가·소송 등 분야에서 인바운드(국내 시장)에선 국내 로펌이 경쟁력이 있다. 대기업에 대해 수십 년간 축적해온 노하우와 정보가 있어서다. 우리 로펌은 특히 공정거래·노동·지적재산권(IP)·조세 등 4개 분야에 집중 투자해왔다.”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젊은 변호사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사회 전체로 볼 때 아직 법률서비스 공급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많다. 사내변호사 한 명 없는 중소기업이 아직도 많다. 대한변협 차원에서 다양한 산업별 교육·훈련을 통해 ‘1기업 1변호사’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김 대표는 사서삼경을 세 번째 읽고 있을 정도로 한학(漢學)과 고전에 심취해 있다. 가장 좋아하는 글귀로 당나라 시인 이백이 지은 ‘장진주(將進酒)’의 마지막 구절 ‘여이동소 만고수(與爾同銷 萬古愁·너와 더불어 만고의 설움을 녹인다)’를 꼽았다. 그는 “변호사는 승소·패소를 놓고 의뢰인에 동화돼 스트레스가 엄청난 직업인 만큼 객관적 위치로 돌아오려면 취미를 갖는 게 좋다”고 했다.

글=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김성진 대표변호사=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3년 사법시험 25회에 합격했다. 89년 태평양에 들어와 건설·부동산 분야에서 활동해온 그는 지난 1월부터 임기 3년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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