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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필리핀 한국인 밀집지역에 셉테드 적용…잇단 범죄에 치안 대책

중앙일보 2015.10.08 22:23
 정부가 필리핀 마닐라 등 한인밀집지역에 셉테드(CPTEDㆍ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한다.
정부는 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이명렬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 주재로 ‘필리핀 우리 국민 보호 대책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폐쇄회로(CC)TV, 차량용 블랙박스 등 범죄예방 인프라를 지원하기로 했다. 필리핀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한국인 9명이 피살되는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우선 필리핀 내 한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마닐라와 앙헬레스에 있는 한인 밀집 지역에 CCTV를 대폭 증설하기로 했다. 앙헬레스 한인타운에는 이미 17대의 CCTV가 설치된 상태다.

특히 정부는 CCTV의 효과적 설치ㆍ운영을 위해 경찰청 내 셉테드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셉테드 전문가가 직접 마닐라와 앙헬레스 등에 현지 상황을 확인한 후 설치 대수와 위치 등을 정하기로 했다”라며 “현장을 확인한 후 CCTV 외에 범죄를 줄인만한 다른 셉테드 요소 적용도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셉테드는 지역이나 아파트ㆍ학교ㆍ공원 등 공간을 설계할 때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발생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기법이다.

최근 한국 국민 피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카비테 지역에는 한인 자율방범대 신설을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 카비테주에는 지난 8월 은퇴생활을 즐기던 한국인 부부가 총에 맞아 숨진 데 이어 지난 2일에도 한국인과 중국인 동포 부부가 피살됐다. 정부는 또 범죄 예방과 증거수집을 위해 한국 국민들의 차량에 블랙박스 200개 분량의 설치 예산도 지원하기로 했다.
사건사고 예방 및 처리 인력도 보강한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세부 분관에 영사협력원과 사건사고 보조 인력 증원을 추진한다. 특히 퇴직한 필리핀 경찰 고위간부를 주필리핀 대사관 사건ㆍ사고 처리 자문관으로 고용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필리핀 경찰청 내에 설치된 코리안데스크(한인사건 전담반) 설치 지역을 확대하고,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경찰 주재관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현재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세부분관에는 경찰주재관 4명, 영사협력원 12명, 사건사고 담당영사 보조인력 3명 등이 사건사고 예방 인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코리안데스크에는 2명의 한국 경찰관이 파견돼 필리핀 경찰을 돕고 있다.

법무부와 경찰청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한 수배자 송환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도피한 수배자들이 한국 관광객 등을 상대로 2차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실제 2007년 7월 경기도 안성의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김모(42)씨와 최모(47)씨는 2008~2012년 필리핀에서 19건의 한국인 납치 사건을 저질러 홍모씨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김씨 일당에게 납치된 한국인 중 3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정부는 이밖에 필리핀 경찰의 국내 초청을 확대하고 국내 치안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해 ‘순회 방법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국내 정부 당국자들도 필리핀을 찾아 필리핀 정부 등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 이기철 재외동포영사대사가 10월 중 필리핀을 방문해 안전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11월에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직접 필리핀을 방문해 현지 경찰청장과 이민청장을 만나 한국인 피살 사건에 대한 대책과 함께 철저한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필리핀에는 불법 총기 유통이 많고 현지 경찰의 수사력 부족 등으로 한국 국민이 해외에서 피살되는 사건 가운데 약 40%가 일어나는 등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2013년에는 12명, 2014년에는 10명의 한국이 피살됐고, 올해에도 9명의 한국인이 피살됐다. 이명렬 재외동포영사국장은 “각종 범죄예방 노력으로 범죄피해 건수는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살인, 납치 등 강력범죄가 크게 줄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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