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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로 인한 공방으로 파행된 교문위국감

중앙일보 2015.10.08 18:49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로 인한 공방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오전 10시 국감이 시작됐지만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는 이뤄지지 않고, 여야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만 30차례 이상 나왔다. 낮 12시쯤 중단된 국감은 오후 4시쯤 속개됐으나 교육부의 자료 제출을 둘러싼 논란으로 오후 5씨쯤 또 중단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유기홍 의원은 국감 개시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황 장관이 그동안 한국사교과서 국정화가 결정된 바 없다는 말만 반복해왔는데 국감이 끝나면 국정화 발표를 한다고 한다. 국감의 기능을 무시하고 뒤통수를 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도 "정부의 결정 사항을 알아야 국감 진행이 가능하다"면서 황 부총리를 다그쳤다. 하지만 황 장관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황 장관은 “국감이 끝나면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구분고시를 할 것이고 20일 후 확정되게 될 것”이라면서도 “오늘 국감에서 나오는 여러 위원님들의 말씀을 포함해 (검토한 뒤)마지막으로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황 장관은 “장관이나 차관 전결 사안인데 아직 결제가 난 일은 없다”고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은 “역사교과서 문제에서 교육부 장관을 제치고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결정을 했다는데 교육부를 허수아비로 만든 것”이라며 “청와대와 어떤 협의를 한 것인지 밝히라”고 압박했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은 “1973년 유신정권 이후 국정교과서를 추진해서 6달 만에 군사작전하듯이 밀어붙여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했던 시절과 지금이 뭐가 다르냐”고 따졌다. 역시 같은 당 유인태 의원은 “경제가 어려운데 대통령이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을 하지 않고, 친일과 유신을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를 만들면 통합이 되겠느냐”며 “일본 아베 정부를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교문위 국감장을 찾아와 황 장관에게 “시대착오적 국정교과서는 장관의 소신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달라. 고시가 이뤄지면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 중대한 결심을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현행 검정교과서에 정치편향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문제 삼았다.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북한 정부가 남북한 인구비례에 따른 정상적인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수립된 것으로 기록돼 있고, 북한 주체사상에 대해서도 북한 실정에 맞춰 수립한 사상이라고만 돼 있어 국가안보에 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강은희 의원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민족과 국가, 국민들의 정체성을 동일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역사적 판단이 불분명한 학생들에게 편향성이 있는 내용을 정설처럼 가르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숙 의원은 “학자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국정화 찬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선 교육부가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사 교과서 분석 자료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가 편향된 자료를 새누리당에 제공했다”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황 장관이 응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계속 이를 문제삼는 바람에 국감이 지연되자 항의표시로 오후 국감을 보이콧했다.

김성탁·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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