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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레전설] 겨울을 지배하는 두 여인, 김연아 vs 이상화

온라인 중앙일보 2015.10.08 15:55
'레전설'이란 말을 아십니까.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을 가리키는 '레전드(legend·전설)'와 '전설'을 합쳐 네티즌이 만든 말입니다. 중앙일보 스포츠부가 새롭게 준비한 코너 이름은 '내 맘대로 레전설(레전드 대 전설)'입니다. 시대와 종목, 분야를 뛰어넘어 누가 진짜 '레전설'인지를 가리고자 합니다. 물론 두 명의 레전설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의 중립성을 버리고 두 가지의 편파적 주장을 내세웁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신기록 228.56, 피겨의 여왕 김연아
넘어야할 산은 오직 자신인 올림픽 2연패 빙속여제, 이상화

레전설의 첫 페이지는 '피겨 여왕' 김연아(25)와 '빙속 여제' 이상화(26)입니다. 두 선수는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쇼트트랙 일변도였던 한국 겨울 스포츠 판도를 확 바꿔놓은 사건이었죠. 여러분은 '한국 겨울 스포츠 최고의 여자선수'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올려주세요. 수준 높은 댓글을 다신 분을 뽑아 이상화와 김연아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소치 올림픽 기념 '텀블러(이상화)'와 '플레이트(김연아)'를 드립니다.

 
<피겨의 여왕, 점프의 교과서 -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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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프로필


이상화, 정말 대단한 선수다. 아시아 선수에겐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빙속 단거리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에서 판정 시비 끝에 금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김연아가 이룬 성과는 누구와도 비교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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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이상화(左)와 김연아(右). [중앙포토]


김연아는 피겨 불모지에서 태어나 혼자 성장했다. 피겨스케이팅은 유럽과 북미의 전유물이었다. 이토 미도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일본이 피겨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피겨 후진국이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여자 싱글에 출전한 박빛나의 순위는 26위였다.
 
바로 그 해, 혜성처럼 김연아가 나타났다. 김연아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트리글라프 트로피 노비스(13세 이하)에서 우승했다. 한국 피겨 사상 국제대회 첫 우승이었다. 그것도 트리플(3회전) 점프 5종(러츠·플립·토루프·루프·살코)을 완성한 상태였다. 그 이후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김연아는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터가 됐다.
 
김연아는 은퇴 후에도 고독하다. 골프에서는 박세리를 보며 자란 '박세리 키즈'들이 나와 선배를 뛰어넘고 세계무대를 평정했다. 그러나 '김연아 키즈'는 김연아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피겨의 기반이 미약하다. 그만큼 김연아는 압도적이었다.
 
김연아는 시대를 뛰어넘는 기량을 보였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그는 쇼트프로그램(78.50점)과 프리스케이팅(150.06점) 점수를 합쳐 228.56점을 기록했다. 2003년 신채점제가 도입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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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한 김연아 [중앙포토]

여자싱글 사상 역대 최고점이었다. 김연아의 기록은 5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또 김연아는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피겨 100년 역사에서 이 기록을 갖고 있는 여자 선수는 김연아밖에 없다. 그는 국내대회를 포함해 총 40개 대회에서 우승 30회, 준우승 7회, 3위 3회를 기록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붙어도, 어떤 심판의 눈에도 그는 세계 정상급이었다.
 
김연아는 소냐 헤니(1928·32·36년·미국)와 카타리나 비트(84·88년·독일)에 이어 올림픽 연속 우승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김연아의 기량이 둘에 비해 떨어진다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칼럼니스트 제스 헬름스는 "김연아는 여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가장 위대한 점퍼다. 김연아의 점프는 비거리도 길고 전체적인 연기에 최적화됐다"고 평가했다. 연기의 예술미는 두 말 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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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가 확정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중앙포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우수성을 알린 점도 김연아의 업적이다.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는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가 열렸다. 김연아는 프리젠테이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유창한 영어 실력과 밝은 미소로 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탰다. 지금도 역시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연아의 최고 매력은 대한민국을 품었을 때다. 2011년 세계선수권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이 좋은 예다. 김연아는 수묵담채화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입고 아리랑 선율을 담은 곡 '오마주 투 코리아'를 선보였다. 김연아 덕분에 대한민국의 자긍심은 한껏 올라갔다. 경기 외적인 매력들도 많지만 이 정도만 하겠다. 그는 충분히 레전설이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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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투 코리아를 연기 중인 김연아. [사진=올댓스케이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 빙속여제 -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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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프로필


스피드스케이팅 세상에서 이상화는 전설이다.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연패를 달성했다. 보니 블레어(미국·1988·92·94년·3연패),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98·2002년·2연패)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것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물론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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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올림픽 폐막후 입국장에 나란히 선 이상화(左)와 김연아(右). [중앙포토]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는 올림픽 육상 100m 2연패와 비교된다. '아시아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최고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이상화가 깼다. 순위로 승자를 가리는 쇼트트랙은 다양한 전략으로 한국이 강자가 됐다. 하지만 기록 종목인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체격이 큰 유럽·북미 선수들이 훨씬 앞섰다. 네덜란드 국기가 점령한 소치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이상화는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태극기를 가장 높은 곳에 매달았다.
 
이상화는 단순한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다.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한 챔피언이다. 그는 2013년 월드컵 대회 여자 500m에서 세 차례 연속으로 세계 기록을 세웠고, 현재 세계 최고 기록인 36초36도 이상화의 것이다. 소치 올림픽 2차 레이스에서 기록한 37초28은 올림픽 최고 기록이다. 종전 세계 신기록(37초00) 보유자였던 예니 볼프(36·독일)는 "이상화의 기술은 완벽하다.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리지만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상화는 '빙속 여제'로 불린다. '피겨 여왕'보다 한 차원 높은 수식어다. '여제'는 '여자 황제'를 뜻하고, '여왕'은 '여자 임금'을 뜻한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이상화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여자 500m 3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사람들은 김연아의 가냘프고 여성적인 매력에 환호한다. 예쁜 레이스가 달린 우아한 의상을 입고 연기하는 모습에선 '여성성'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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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뒤)가 남자 500m 세계 1위 모태범과 훈련 중이다. [중앙포토]

그러나 '여제' 이상화는 남자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강한 하체를 갖기 위해서 남자 선수들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평지와 오르막길로만 구성된 산악 코스 8㎞를 매일 탔다. 10㎏ 타이어를 자전거 뒤에 매달고 20㎞ 평지를 달리기도 했다. 다른 여자 선수들은 최대 140㎏ 역기를 드는데 이상화는 어지간한 남자선수들보다 무거운 170㎏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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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이후 화보촬영을 통해 섹시한 매력을 과시한 이상화. [사진=에스콰이어 매거진]

이상화의 허벅지 둘레는 최대 23인치(약 60㎝)에 이르렀다. 마른 여성의 허리 둘레 사이즈다. 사람들은 이상화의 허벅지를 '금벅지(금메달+허벅지)'라고 부른다. 이상화는 가혹하게 규정한 아름다움의 틀을 깼다. 지방흡입을 해서라도 빼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굵은 허벅지를 강인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렇다고 이상화가 여성으로서 매력이 없는가. 이상화의 진짜 매력은 '반전 상화'의 모습이다. 고운 얼굴선 뒤에는 청순함과 섹시함이 숨어 있다. 소치 올림픽 직전 공개한 화보는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흰 셔츠만 걸친 채 '금벅지'를 과감하게 드러낸 사진으로 당당한 여성성을 보여줬다. 오색빛깔 네일은 카멜레온 같은 이상화의 매력을 웅변한다. 온몸에 착 달라붙는 유니폼도 잘 어울리지만 화려한 드레스로 치장한 그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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