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복무 중 다쳤는데 민간병원 갔다고 … 직업군인 406명 진료비 전액 덤터기

중앙일보 2015.10.08 01:25 종합 16면 지면보기
경기도 소재 포병대대에 근무하던 A중사는 2012년 임무 수행 중 발목이 골절됐다. A중사는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군의관이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라고 권유해 2012~2013년 서울 강북성심병원에서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군 심의 거친 뒤 민간병원 이용 규정
절차 몰라 요양비 못 타는 경우 많아

 하지만 A중사가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온 건강보험공단은 공무 중 부상(공상)을 당한 것인 만큼 국방부에 ‘공무상 요양비’를 청구하라면서 일단 지불했던 치료비 830만원을 다시 내놓으라고 독촉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군이 공무상 생긴 부상으로 치료받을 경우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도 A중사를 외면했다. A중사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군의관의 권유만으로 민간병원을 이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군인연금법은 민간병원 진료는 군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며, 군의관들로 구성된 ‘민간병원진료심의회’를 거쳐야 한다고 정했다. 심의회를 거치지 않으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치료비를 자비로 전액 부담해야 한다.

 군인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A중사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권익위는 7일 직업군인이 복무 중 다쳐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면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권익위에 따르면 A중사와 유사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해군 특수전단 소속 이모 중사는 혹한기 훈련 도중 눈 밑 뼈가 부러졌다. 이중사는 국군강릉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은 뒤 2013년 2월 민간병원인 부산 백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건보공단은 A중사 때처럼 치료비 130만원을 환수했고 군도 심의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상 요양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공상을 입은 B중위는 군 병원(강릉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이 병원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가 고장 나 민간병원에서 MRI 촬영을 했는데도 140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공상을 입고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치료비 전액을 개인이 부담한 직업군인은 406명이고 금액은 6억9000만원에 달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대부분 절차를 잘 알지 못하는 하사나 중사 등이 치료비를 물었다”며 “치료비를 내지 못해 과태료를 더 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상을 입은 군인에 대한 치료비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