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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장벽 허문 TPP, 환율 조작 금지로 통화정책도 공조

중앙일보 2015.10.08 01:24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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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농업부에서 열린 ‘농업 및 기업 지도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빅토리아 에스피넬 소프트웨어연합(BSA) 회장(왼쪽), 밥 스톨먼 전미농업연맹 회장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환율 조작 금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미국과 TPP에 참가하는 11개국이 환율 조작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각국이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오바마 “환율조작 판정 기준 정했다”
협정 조항으로 명시하진 않을 전망
신흥국, 반대급부로 Fed 정보 요구
큰 틀서 정책조율 통화동맹 될 듯


 환율 조작 금지는 TPP 협상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 산업계와 의회가 강력하게 요구했다. 외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배경에 평가절하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컨대 엔저(円低)를 업은 일본 자동차를 견제하려는 미국 자동차업체가 그런 경우다.

 환율은 각국 통화정책의 핵심 카드다.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은 ‘숨어 있는 손’이다. 상당수 국가들이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급등락하면 개입한다. 이른바 미세조정으로 불리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이다. 일부 국가들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대놓고 떨어뜨리기도 한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예외가 아니다. 외환시장 개입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환율정책을 포함하게 되면 TPP 타결이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강경했고, 결국 상당 부분 관철됐다.

 환율 조작 금지가 협정 조항으로 명시될 것 같지는 않다. FT는 “TPP의 공식적인 부분일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환율 조작에 대한) 높은 기준과 함께 정기적인 별도 협의 조항이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TPP 참가국들이) 환율 조작을 어떻게 측정하고 뭐가 환율 조작인지에 대한 원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블룸버그통신은 보다 진전된 내용을 전했다. 신흥국들이 환율 조작을 하지 않는 대가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정보 제공을 원한다는 것이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수출의존형 신흥국들이 이런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신흥국 입장에선 Fed가 금리를 올리게 되면 외국자본이 이탈하고 환율이 춤을 추게 되는 상황을 맞게 돼 어느 정도 시장 개입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Fed의 속내를 알고 있어야 환율 조작으로 간주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은 신흥국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협의채널을 설치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후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에 “Fed 정책에 대한 참가국들의 질문은 재무부를 통해 걸러질 것”이라며 “Fed 정책이 타협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TPP 참가국들이 Fed의 입장과 고민에 대한 깊숙한 정보를 갖게 된다. 비(非)참가국과는 일종의 정보 비대칭이 발생한다. 참가국들은 이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비록 다른 통화를 쓰더라도 큰 틀에서 정책을 공조하는 느슨한 형태의 통화동맹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환율 조작 금지와 미국과의 통화정책 공조에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미국과의 대등한 대국 관계를 원하는 중국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동맹국들은 TPP를 중국에 대한 견제로 본다”고 표현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게 자유변동환율제도다. 그러나 외환시장에 투기 세력이 유입되는 등 제3의 변수에 의해 환율이 급격히 등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정부가 외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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