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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만둔 대법관 35명 중 24명 1년 내 변호사 개업

중앙일보 2015.10.08 01:21 종합 17면 지면보기
2000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35명 중 24명이 퇴임 후 1년이 채 안 돼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관은 25명 중 22명이 퇴임 후 1년 내에 변호사 개업을 했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실에서 전수조사한 결과다. 7일 정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 퇴임한 김용담 전 대법관까지는 퇴임한 지 1년 안에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퇴임 후 모교로 돌아가 후학 양성에 나선 조무제 전 대법관(2004년 퇴임, 동아대 석좌교수)과 배기원 전 대법관(2005년 퇴임, 영남대 석좌교수)은 예외적인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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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 대법관들이 변호사 개업을 주저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그해 8월 임기를 마친 김영란 전 대법관은 역대 대법관 중 처음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퇴임한 대법관이 변호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 전 대법관은 서강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 뒤로는 1~2년 정도 휴지기를 거쳐 로펌에 들어가는 형태가 일반화됐다. 2011년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에 대해 1년간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일명 ‘전관예우 방지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처음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 이홍훈 전 대법관은 2011년 5월 퇴임 후 한양대 석좌교수 등을 하다 2012년 5월 법무법인 화우의 고문변호사가 됐다. 김지형 전 대법관과 안대희 전 대법관도 각각 원광대, 건국대에서 석좌교수를 지낸 뒤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석좌교수→변호사 개업’ 코스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지난해 3월 퇴임한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신청을 반려하면서 대법관을 둘러싼 ‘전관예우’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과 지난달 퇴임한 민일영 전 대법관은 후학 양성의 길을 택했다. ‘전관예우방지법’ 시행 후 박시환·전수안·차한성·양창수 전 대법관 등 모두 6명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대법관 임기 개시 전에 “퇴임 후 개업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명맥이 끊기자 상당수 상고사건이 2012년 퇴임 후 개업한 김능환·박일환·안대희 전 대법관에게 몰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을 다루지 않아 전관예우 우려가 적은 헌법재판관의 경우 퇴임 후 로펌에 자리 잡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주목할 대목은 법무법인에서 설립한 공익재단이 새로운 진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차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 동천의 이사장이 됐고,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은 2013년 5월부터 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퇴임한 전수안 전 대법관은 지난해부터 법무법인 원이 설립한 공익법인 ‘선’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정 의원은 “대법관·헌법재판관 출신 인사들이 그간 쌓은 법률 지식 등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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