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최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실책 하나로 승부가 판가름났다. 4-4로 맞선 연장 11회 2사 만루에서 내야 뜬 공을 때린 윤석민(가운데)이 동료들로부터 축하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김진경 기자]


스나이더
넥센 5 - 4 SK
넥센, 10일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넥센은 3-3이던 11회 초 매끄럽지 못한 내야 수비와 포수 박동원의 패스트볼로 1점을 내줬다. 2사 만루 위기에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게 역전의 가능성을 만들었다. 넥센은 11회 말 1사에서 김민성의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스나이더가 SK 마무리 정우람으로부터 동점 2루타를 날렸다. 4-4 동점.

윤석민의 타구를 놓친 SK 김성현. [뉴시스]
박정배는 2사 만루의 압박감을 잘 이겨냈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윤석민이 때린 타구는 내야 높이 떠올랐다. SK 유격수 김성현이 쉬운 타구를 따라가 잡는 듯 했지만 긴장한 탓인지 이 공을 놓치고 말았다. 그걸로 승부는 끝이었다. 동점타와 결승 득점을 기록한 스나이더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초반 흐름은 넥센이 잡았다. 넥센은 1회 말 1사 후 SK 선발 김광현으로부터 3연속 볼넷을 얻었다. 만루 기회에서 넥센 5번 유한준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첫 타점을 올렸다. 김민성이 볼넷을 얻어 다시 만루가 됐으나 7번 박헌도가 좌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제구 난조에 시달렸던 김광현이 1회를 1실점으로 막은 건 SK로서는 행운이었다. 1회에만 투구수 31개를 기록한 김광현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좋은 피칭을 했다.
SK는 4회까지 넥센 선발 밴헤켄으로부터 안타를 하나도 때리지 못했지만 5회 초 선두타자 브라운이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박정권의 2루타, 나주환의 3루타를 묶어 SK는 3-1로 역전했다.

승부는 결국 불펜 대결로 넘어갔다. 넥센은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7회 초 2사에 투입했다. 손승락은 김강민을 외야 플라이로 잡고 8회 초 조상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셋업맨이었던 조상우는 최고 시속 154㎞의 강속구로 SK 타선을 압도했다. 연장 10회 초까지 3이닝 동안 1피안타·무실점으로 막았다. 결국 조상우가 오래 버텨준 넥센이 행운의 승리를 거두고 가을야구를 계속하게 됐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양팀 감독의 말

다음 경기를 감안하면 한 경기로 끝내야만 했는데 이겨서 다행이다. 1회 김광현이 흔들렸을 때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해서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고종욱이 7회 2볼에서 과감하게 타격을 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조상우가 3이닝을 잘 막아줬다.

역전한 뒤 동점을 내준 것, 연장에서 먼저 점수를 내고 역전당한 것이 아쉽다. 투수 교체를 빠르게 가져갔는데 결과가 나빴다. 김광현은 투구수(88개)를 감안해 6회에 올리지 않았다. 연장 11회 말 김민성에게 2루타를 맞은 게 가장 뼈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