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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전월세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려면

중앙일보 2015.10.08 00:34 종합 3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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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

전월셋값 탓에 고통 받는 서민과 청년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더하는 게 이명박(MB) 정부 5년이다. 서민의 주거복지를 위해 공공 임대주택을 확대할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활용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었고, 부동산시장 침체로 땅값도 안정돼 있었다. 대대적인 임대주택 건설은 경제살리기에도 큰 도움이 될 상황이었다. 또 노무현 정부가 앞서 주택정책의 변화를 꾀해 놓은 터였다. 가격의 논리로 움직이는 민간부문과 사회안전망 차원의 공공부문으로 나눠 정부는 공공 임대주택 쪽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나도 퇴임 후 임대주택에 살고 싶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MB 정부 들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통해 주택 가격 전반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보금자리는 임대가 아닌 분양 방식으로 주변 시세보다 20~30% 낮은 가격에 공급됐다. 그 결과 공공임대 사업은 뒷전으로 밀렸고, 보금자리 ‘로또’ 기대감 때문에 민간 주택시장도 침체를 더했다. 서울 강남 요지의 그린벨트에 지은 세곡동 보금자리는 MB 정부 주택정책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민 주거환경의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놓고는 단지 내에 전용면적 101~114㎡(30~35평)의 고급 아파트까지 7억~8억원대에 분양했다. 현재 이들 아파트에는 수억원씩 웃돈이 붙었고, 의무 거주 기간을 무시한 불법 임대와 거래가 판치고 있다. 만약 MB 정부가 공공 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하면서 4대강 예산 등을 아껴 여기에 투입했다면 서민 주거난은 한결 완화됐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월세 가구의 소득 대비 주거비(전기·상하수도 등 관리비 포함)는 35%에 달한다. 최근 5년 새 5%포인트나 올라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들에 이 비중이 20% 선을 넘지 않도록 정책을 펴라고 권고한다. 그 이상이 되면 먹고 입고 교육하고 여가를 즐기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꾸리기가 벅차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유럽의 국가들을 보면 주거비 비중이 25%를 넘는 가구를 주거빈곤층으로 분류해 공공 임대주택이나 보조금을 주는 경우가 많다. 미국 사람들도 주거비 비중이 20% 정도인 집에서 가장 많이 살며, 이게 올라가 25% 선을 넘으면 임대료가 싼 집으로 이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은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는 대신 지자체별로 주택 임대료 상승률을 직접 규제한다.

 한국은 이도저도 아니다. 전체 주택 중 공공 임대주택 비중은 5.5%에 불과하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탈북자 등의 몫을 제하면 일반 서민에게 돌아가는 물량은 별로 없다. 유럽 국가들(20~30%)이나 OECD 평균(11.5%)과 비교해 갈 길이 너무 멀다. 미국처럼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정글의 법칙만 통하는 게 한국의 주택시장이다. 집주인의 탐욕과 비정함을 탓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공공재로서의 주택시장 영역을 무시하고, 민간 건설업자들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정책을 펴온 결과다. 그러다 세입자들이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주거비로 써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초래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박근혜 정부는 MB 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 주택정책을 공공 임대에 전념하는 쪽으로 틀어야 한다. 민간 주택 부문은 이미 정상화를 넘어 과열 양상이다. 전세는 어차피 소멸할 시장이다. 서민들이 전셋값 상승에 놀라 빚을 잔뜩 끌어안고 주택을 사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올해 사상 최대인 48만 가구의 아파트 청약이 이뤄지고 있다. 2~3년 뒤엔 이들 아파트가 입주를 맞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온다. 주택시장이 다시 급랭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 50만 가구 이상의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켰으면 한다. 아울러 차기 정부가 이를 계속 확대할 터전을 닦아놓길 바란다. LH공사나 SH공사의 사업비에만 의존하지 말고 정부의 주택 복지 예산(현재 2조원 이내)을 확대 편성할 필요가 있다. 주거는 국민 생존권의 문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는 내수 회복도, 선진국 진입도 공염불이다.

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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