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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평창, 문경 군인체육대회에서 배워라

중앙일보 2015.10.08 00:32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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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린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살림살이도 팍팍한데 또 메가 스포츠 이벤트야?’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취재차 문경새재를 지날 때만 해도 이렇게 생각했다.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117개국 7045명의 군인이 평화를 염원하는 ‘우정의 무대’를 펼치는 건 충분히 의미 있지만 또 ‘혈세 먹는 하마’가 되는 거 아닐까 우려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AG)을 개최한 인천은 경기장 건설에만 1조7000억원을 쏟아부어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다. 전라남도가 유치한 포뮬러원(F1)은 지난 4년간 누적적자가 1900억원에 달하자 개최를 중단했다.

 올해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U대회)는 저비용·고효율 대회로 1999억원을 절감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인천과 F1을 반면교사 삼고, 광주 U대회를 본보기 삼았다. 인구 7만8000명의 작은 도시 문경이 ‘메가 스포츠 이벤트=낭비’란 공식을 깨고 있다.

 세계군인체육대회 총예산은 1653억원. 인천 AG 예산(2조2000억원)의 7.4%, 광주 U대회(6190억원)의 26% 수준이다. 대회 시설비(187억원)는 인천 AG의 1.2%, 광주 U대회의 5.6%에 불과하다. 문경 국군체육부대 시설을 활용했고, 경북 일대 8개 도시에 분산 개최해 총 24개 종목 중 3종목(육·해·공군 5종)의 구조물 정도만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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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군인체육대회 선수들이 묵는 이동식 숙소 캐러밴. [문경=프리랜서 공정식]


 선수촌은 영천3사관학교·괴산군사학교와 함께 문경의 캐러밴(캠핑카 같은 이동식 숙소) 350대를 활용했다. 조직위는 캐러밴(대당 2650만원)을 3개월간 대당 1000만원에 대여했고 시민들에게 1650만원에 분양 완료했다. 선수촌 아파트 신축 시 800억원이 필요하지만 캐러밴으로 35억원에 해결했다. 외국 선수들은 “호텔보다 낫고 캠핑 온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식은 광주 U대회 절반 수준인 54억원만 썼다. 김수현 등 한류 스타를 대거 투입한 인천 AG와 달리 태권도·줄다리기·솔저댄스 등으로 한국의 전통과 군인정신을 보여 줬다.

 각 종목 단체로부터 시설을 임차해 13억원을 아꼈고, 시상 물자를 물려받아 2억5000만원을 절약했다. 시상식 도우미는 92명의 여자 부사관이 맡았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생산유발효과가 3115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542억원이라고 밝혔다. 각국 선수들이 분산개최지까지 이동해야 하고 관중이 적다는 아쉬움은 있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3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양호 평창조직위원장의 지시로 평창 올림픽 관계자들은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찾아 배웠다. 2016년과 2020년, 2022년 여름·겨울올림픽 개최국 브라질과 일본, 중국은 ‘경제올림픽’을 기치로 내걸었다. 총 예상 예산이 13조원에 육박하는 평창 올림픽은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절약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

박린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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