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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사 교과서 편향, 국정 아닌 심의 강화로 바로잡자

중앙일보 2015.10.08 00:29 종합 34면 지면보기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國定化) 문제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청와대와 당정이 어제 ‘통합교과서’라는 단일교과서 형태로 국정 전환을 기정사실화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면 반대 투쟁을 선언했다. 올바른 역사 교육과 양질의 콘텐트 개발이란 본질은 온데간데없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역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전하며 국정 전환을 시사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검정 통과 교과서에 많은 사실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다”며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교과서를 개발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었다.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나오자 당정은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통합교과서 형태의 국정화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문재인 대표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려 국정으로 바꾼 유신독재시대 잔재가 느껴진다”고 비난했다.

 우리는 누누이 정치권의 역사 교과서 개입을 경계해 왔다. 정치가 역사를 주무르면 정사(正史)가 정사(政史)가 되고, 결국 5년마다 교과서를 바꾸게 돼 사실에 근거한 균형감 있는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인 우리가 역사해석의 권리를 국가가 독점하는 국정으로 회귀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격(國格)에도, 다양성·창의성·개방성이 생명인 글로벌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과 역사학자·교사들이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당정이 국정화를 강행하면 교육부는 1년 안에 새 교과서를 만들어 2017년 2월까지 공급해야 한다. 졸속·부실 콘텐트가 될 게 뻔하다. 미국·유럽 등은 5~10년에 걸쳐 만든다. 시대착오적인 시도를 접고 학자들이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 좌우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학자를 검정위원으로 엄선해 심의도 강화해야 한다.

기존 8종의 검정 교과서는 심의과정이 엉성해 편향성과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최고의 학자를 필진으로 모셔 논문보다 값진 연구 성과로 인정해줘야 한다. 그래야 문제점을 시정하고 수준 높고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 국정화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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