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 Report] 5~6% 수익, E 시리즈, ISA 활용

중앙일보 2015.10.08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신한은행은 올 3월부터 직원과 지점 실적 평가에 ‘고객 수익률’을 반영한다. 평가의 무게 중심이 상품을 얼마나 팔았느냐에서 고객에 판 상품이 얼마나 수익률을 냈는가로 옮겨간 것이다. 은행이 상품 판매에만 몰두하고 관리는 나 몰라라 한다는 비판에 수뇌부가 내린 ‘극약처방’이었다.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 은행이 판매한 공모펀드의 올 상반기 평균 수익율은 7.2%. 시중은행 중 최상위권이다. 지난해 연간 -5.4%의 수익률로 하위권에 랭크됐던 걸 감안하면 상당한 도약이라는 게 내부 평가다.

저금리·고령화 시대 실질 투자법
가계 돈 몰린 상품 기대 수익 5~6%
자산 20% ETF 등 투자자산에 넣고
ISA로 E시리즈 수시로 비중 조절

 은행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본점에 투자자산전략부를 새로 만들고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출신 등 외부 전문가 7명을 영입했다. 이 부서는 시장전망을 통해 각 영업점에 구체적인 상품을 추천하고, 고객 수익률을 분석해 현장에 조언도 한다. 임영진 WM그룹장은 “예전처럼 본점이 제시한 투자 전략과 영업점의 상품 추천이 따로 가는 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직원도 변했다. 수익률 관리 우수 직원으로 뽑힌 박양서 주임(한남동 금융센터)은 “과거엔 예금 만기 때나 고객에 전화를 했지만 요즘은 시장 상황이 바뀔 때 일일이 전화를 돌려 비중 축소 등 ‘리밸런싱’을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은행이 이처럼 변화하는 건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하는 걸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진 탓이다. 저금리에 예금·대출 금리차가 크게 좁혀지면서다. 연 1.5% 수준의 정기예금 금리를 못 견디고 은행을 빠져나가는 뭉칫돈도 늘고 있고, 인터넷·모바일뱅킹에 밀려 지점을 찾는 고객도 갈수록 줄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란 게 은행권의 우려다. 은행이 이런 사면초가 상황의 탈출구로 삼고 있는 게 ‘자산관리 센터’로의 변신이다.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 역시 같은 쪽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당장 예금 생활자는 물론 목돈을 마련해야 할 젊은 직장인은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전 생애에 걸친 계획적인 자산관리의 필요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업권별 칸막이 안에서 은행은 상품 판매에만 몰두하고, 증권사는 주식매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에만 매달리는 현재의 자산관리 시장 구도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에서다. 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첫 작업단(태스크포스) 회의에서 “투자자가 보다 쉽게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들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 증권, 자문의 경계가 점점 옅어지며 업권을 넘어선 융합과 경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가시적인 목표는 가계가 5~6%의 이른바 ‘중(中)수익’을 거둘 수 있는 수단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 공모주펀드 등 최근 가계 자금이 몰려드는 상품의 기대 수익률은 공통으로 5~6%에 걸쳐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이를 위해 정책이 유도하는 재테크 방식의 키워드는 ‘투자·분산·관리’다.

신한은행의 고객 수익률 분석에서도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중수익 이상을 거둔 고객의 투자 방식에는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첫번째는 투자자산이다. 이들 고객은 대체로 금융자산의 80%는 예금같은 안전자산에 20%는 투자자산에 넣었다. 수익률의 대부분은 20%의 투자자산에서 만들어졌다. 두번째는 자산의 비중을 조정하는 리밸런싱. 임영진 그룹장은 “무조건 장기보유한 고객보다 시장 변동에 따라 적절히 비중을 조정한 고객이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분산이다. 유망해보이는 특정 자산에 ‘몰빵’한 고객보다 적절한 배분을 한 고객들의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높았다.

 ‘중수익시대’ 재테크 키워드가 집약된 정책상품이 내년에 도입하기로 한 종합자산관리계좌(ISA)다. 예금 따로, 펀드 따로 상품별로 나뉘었던 비과세·절세 계좌를 하나로 통합해 예금·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담을 수 있게 하고, 수시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이어 금융당국이 이 그릇에 담을만한 주요 콘텐츠로 키우려는 게 이른바‘E 시리즈’다.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주가연계증권(ELS)가 대표적이다. 특히 ETF의 경우 상품 자체로 분산 투자의 효과를 내는데다, 펀드보다 더 싼 비용으로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융위 안창국 자산운용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ETF가 전세계적으로 효과적인 자산관리수단으로 부상했지만 국내에선 성장이 정체된 측면이 있다”며 “보다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판매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애 자산관리 시대’를 맞아 인프라의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SA제도를 먼저 시행한 영국과 일본이 어린이·청소년을 위해 도입한 ‘주니어 ISA’가 대표적이다. 금융투자협회 서영미 연구원은 “미성년 자녀를 위한 자금을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 성인이 되면 ISA로 자동으로 연결되게 한 것이 특징”이라며 “교육비 부담이 높은 국내에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