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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온 단어도 다시 예쁘게 다듬어요

중앙일보 2015.10.08 00:00 경제 8면 지면보기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립국어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들어오는 외래어들을 우리말에 적합한 순화어로 고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매년 문인·언론인·학자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말다듬기 위원회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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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단어가 순화어로 뽑히는 과정은 꽤 까다롭다. 먼저 누리꾼들이 제보하거나 국립국어원에서 직접 발굴한 순화 대상어 중 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말을 결정한다. 그리고 누리꾼과 말다듬기 위원들이 제안한 순화어 후보들을 검토한 뒤 최종 순화어를 확정한다. 국립국어원은 2013년부터 매월 3~5개의 순화어를 발표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다듬기’ 누리집(홈페이지)에서 누구든 참여 가능하다.

 하지만 순화어로 결정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국립국어원은 만들어진 지 1년 이상 된 순화어의 언론 활용 빈도가 8% 이상이면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한다. 2012년 이후 77개의 순화어가 발표됐는데, 이 중 언론사의 활용 빈도가 8% 이상인 순화어는 34개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쓰인 순화어는 2012년 7월 발표된 ‘녹색소비자’다. 다음 세대의 환경을 생각해 친환경·유기농 제품 등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뜻하는데, 원래 녹색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져 ‘그린슈머’로 사용돼 왔다. 이 밖에도 ‘살얼음’(블랙 아이스), ‘옥상정원’(그린루프), ‘연결로’(램프), ‘맞대결’(매치업),‘육아설계사’(베이비 플래너) 등의 순화어가 높은 활용 빈도를 보였다.

 이미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외래어를 굳이 순화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음료수 컵인 ‘텀블러’의 순화어로 ‘통컵’이 선정됐는데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흥선대원군이냐’ ‘통컵도 영어 아니냐’ 등의 비난이 일었다. 국립국어원 김문오 연구관은 “쉬운 외래어나 우리말로 대체하기 어려운 외래어는 그냥 갖다가 쓸 수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조금 귀찮더라도 번역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통컵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다른 대안을 계속해 논의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외래어를 순화어로 고치는 작업은 나름의 원칙이 있다. 먼저 원래 단어 수의 1.5배를 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새로 만든 단어가 본래 단어가 갖고 있던 뜻을 충분히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김 연구관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 각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걸 우리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100년 후 우리말이 사라질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며 “우리말로 사물과 현상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참고 및 도움말=국립국어원,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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