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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중국 힘으로 일군 노벨상” … 리커창도 연휴 중 축전

중앙일보 2015.10.07 01:53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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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베이징의학원 학생 시절 스승 루지셴 교수와 중국 의약재를 연구하는 투유유 교수(오른쪽). 스승 루 교수는 영국 런던대에서 약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국에서 투 교수에게 서양 약학을 가르쳤다. [베이징 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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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중국중의과학원 세미나에 참석한 투 교수. [베이징 신화=뉴시스]

“중국의 전통의약이 인류에게 준 선물이다.”

투유유 생리의학상에 대륙 환호
유학 않고 말라리아약 만든 투 교수
“전통 중의학이 인류에게 준 선물”
서양에 밀렸던 중국 자부심 자극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투유유(屠??·85·여) 중의학연구원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말라리아 특효약 아르테미시닌을 이렇게 표현했다. 6일 노벨위원회에 보낸 수상 소감에서다. 그는 또 “이번 수상은 개인의 영예일 뿐 아니라 중국 과학계, 나아가 중국 전체의 영예”라고 말했다.

 투의 수상에 13억 중국인이 환호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국경절(건국기념일) 연휴 중 급히 축전을 보냈고 류옌둥(劉延東) 부총리는 고위관리를 투의 자택으로 보내 기쁨을 나눴다. 대륙 전체가 ‘중국의 굴기를 상징하는 경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달 3일의 전승절 열병식으로 고무된 중국인의 애국심이 투의 수상을 계기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앞서 국경절인 1일 새벽 천안문광장의 국기게양식엔 5만 명의 인파가 운집하기도 했다.

 투 교수의 수상이 중국인들의 긍지와 애국심을 달구고 있는 건 크게 두 가지 의미에서다. 첫째는 중국에서 나고 자란 투가 중국 땅에서 연구한 끝에 이뤄낸 성과란 점이다. 투 교수는 스스로 “나는 일개 보통 학자일 뿐”이라고 밝혔듯 해외 유학 경력도 박사 학위도 없는 ‘순수 토종’ 연구자다. 여태까지 해외 화교나 서방 국가로 귀화한 중국계 학자들이 물리·화학상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이는 서양인 교수에게 배웠거나 서구의 대학·연구소에서 이룬 업적의 결과물이었다. 중국인들은 100% 중국의 힘으로만 일궈낸 투 교수의 노벨상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또 한 가지 의미는 투의 업적이 중국 전통의약이란 데 있다. 그가 말라리아 특효약을 개발해낸 원천은 4세기 동진(東晉) 때의 의학서 『주후비급방(?後備急方)』과 중국 대륙에 지천으로 널린 야생 쑥이었다. 중국 고유의 것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중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의 수상은 근대 이후 서양 문명의 확장에 한때 고초를 겪었던 중국인의 자부심을 묘하게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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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때(1574년) 펴낸 『주후비급방』. 동진 시대 의학자 갈홍(葛洪·284~346)의 저서다. 이 책 3권 다섯 째 줄(붉은 선)에는 “한 줌의 개똥쑥(靑蒿)을 2L의 물과 함께 짜내 즙으로 만든 후 마시면 (말라리아에)효험이 있다”고 적혀 있다. [사진 네이처 메디신]

 이런 분위기는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서구의 제도·시스템이 우월하지 않다고 부쩍 강조하는 정치적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 “나라마다 역사적 과정과 현실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시 주석이다. 지난달 25일 미·중 정상 기자회견에서 인권과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해 우려를 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론이었다. 중국에는 중국 고유의 길이 있다는 뜻이다. 최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는 이런 내용의 사설·칼럼이 실리는 빈도가 늘었다.

 투 교수의 수상은 중국과 노벨위원회의 불편한 관계를 푸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2000년 중국계 프랑스 국적의 반체제 작가 가오싱젠(高行健)에 대한 노벨 문학상 수여로 중국과 노벨위원회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0년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 평화상을 받자 중국은 이를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노르웨이 정부에 연어 수입 제한 등 무역 보복을 가 했다.

 한편 투 교수의 수상으로 국내 한의학계도 고무된 분위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6일 성명서에서 “이번 중국의 노벨상 수상은 말라리아 치료에 중의학을 이용한 것이며 헌법에 중의학을 육성·발전시키라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애정을 쏟은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협회는 이어 “중의사들이 X선·초음파 등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통합적인 의학 발전에 앞장선 게 이번 수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세계 의학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한의학 과학화에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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