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비자가 만든 '블프 특수'에 명품도 할인…휴점일까지 바꾸고 세일 중 또 세일

중앙일보 2015.10.06 18:35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몰리자 백화점들이 명품 보따리까지 풀어젖혔다. 사상 최초로 '신상 명품'을 30% 할인 판매하고, 이월 명품은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판다. 1년에 단 두 번 여는 초대형 행사인 '명품대전'보다도 할인율이 높다. 이미 세일 중인 브랜드들도 할인 가격에서 30%까지 추가로 세일한다. 한두 브랜드가 아니라 대대적으로 세일 중에 할인율을 높이는 것은 처음이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과 겹치자 백화점 휴점일까지 급히 바꿨다.

명품 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자체 수입 명품 브랜드가 많은 현대·신세계백화점이다.

자체 이익률을 줄여서 판매 가격을 쉽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은 9~14일 필립림·피에르아르디·요지야마모토 등 명품 브랜드에서 현재 판매 중인 올해 신상품을 처음으로 30% 특별 할인한다. 마놀로블라닉·지미추 등 명품 브랜드를 파는 자체 편집숍의 이월상품은 할인률을 20%까지 추가로 적용해 최대 90% 저렴하게 판다. 현대백화점은 자체 편집숍 '데님바'에서 판매하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ADD 등을 최대 30% 추가 할인해 50~90% 저렴하게 판매한다. 사상 최대 규모와 할인률을 자랑했던 지난 8월 명품대전(최대 80%)보다도 더 많이 할인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권태진 마케팅팀장은 "점포별로 각각 진행하는 명품대전과 달리 전국 점포가 동시에 할인에 들어가 손님이 더 많이 몰리고, 명품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까지 세일 중이라 한꺼번에 구매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도 블랙프라이데이 명품 세일에 가세했다. 제냐·발렌시아가·토리버치 같은 명품 잡화를 포함해 시계·보석, 화장품·향수 등 198개 브랜드로 할인 품목을 확대하고 최대 80%로 할인률도 높였다.

이처럼 대대적인 '세일 중 다시 세일'은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도 이미 세일 중인 40~50여개 브랜드의 할인률을 10~30%까지 추가로 낮췄다. 또 원래 세일에 참여하지 않은 '노세일 브랜드'도 40여개씩 할인 판매를 뒤늦게 시작한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백화점 수수료를 빼 가격을 낮춘 '노마진(no margin) 상품전'도 연다. 캘러웨이 드라이버 20만원, 4인 가죽소파 169만원 등 450여개 품목 100억원 규모다.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 이완신 전무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정례화돼 범국가적인 세일 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급히 전국 매장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할인 행사를 열기로 했다.

백화점이 할인 규모와 폭을 세일 중에 확 늘린 것은 블랙프라이데이 첫 주말 각각 20~30%가 넘게 매출이 오른 '블프 깜짝 특수'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11년 송년 세일 후 약 4년만에 첫 두자릿수 매출 신장률이었다. 평일인 지난 5일까지 포함해도 매출 신장률이 25.2%로 올 신년 세일 신장률(0.5%)의 50배가 넘는다.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장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 안전 요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중국어 통역 직원도 늘렸다. 이 백화점 박찬우 매니저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고객이 몰려 식당가 매출까지 1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과 달리 유통·제조업체가 아닌 정부 주도의 관제 행사라는 우려가 컸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조차 "가을 정기세일에 이름만 바꾼 수준"이라고 자조할 정도였다. 6일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서울 강북갑)이 지적한 것처럼 43인치형 TV를 43% 할인했다는 가격(96만9990원)이 온라인 쇼핑몰 최저가격(78만200원)보다 약 20만원 비싸게 책정되는 등 촌극도 빚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고객이 매장에 몰려들자 각 백화점부터 앞다투어 초대형 할인 행사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블프 특수'를 살리기 위해 정기휴점일(12일)까지 19일로 급히 변경했다. 이 백화점 영업전략담당 홍정표 상무는 "오랜만에 내수 경기가 활기를 띄고 있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할인률을 높이고 추가 행사를 전진 배치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