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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G] 소고기 먹었다고 사람 잡는 인도

중앙일보 2015.10.06 15:42
지난달 말 인도 북부 다드리의 한 마을에서 소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로 한 남성이 동네 주민들에게 맞아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무함마드 아클라크(56)는 몰려온 힌두교도 100여명에 의해 집에서 끌려 나와 집단 폭행을 당했으며 20대 아들은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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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아클라크 [인도 다드리 AP=뉴시스]


아클라크의 딸 사지다는 ”사람들은 우리가 소고기를 먹고 있다며 문을 부수고 아버지를 끌어낸 후 벽돌로 구타했다“며 ”우리 집에는 양고기만 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건 이전까지 이 마을에서 종교 관련 분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400명의 힌두교도와 35명가량의 무슬림이 사는 이 마을은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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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클라크 친척들이 장례식에 모여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인도 다드리 AP=뉴시스]


한 무슬림 농부의 죽음이 인도 전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전에도 소를 둘러싼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엔 반발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5월 인도국민당(BJP) 나렌드라 모디가 총선에서 승리하며 인도의 힌두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에는 마하라슈트라 주와 하리아나 주가 모든 소의 도축과 소고기 판매·소비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이 법을 어기면 1만 루피(약 18만원) 벌금과 함께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13억 인구 중 80%가 힌두교도인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소를 신성시해왔으며 특히 암소를 신성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마하라슈트라주처럼 암소·수소는 물론, 물소 고기의 도축까지 금지하는 경우는 없었다. 마하라슈트라에는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가 있으며 주민만 1억명이 넘는다.

힌두교도가 소를 신성시 하는 이유는 힌두교와 연관이 있다. 파괴와 창조의 신인 시바 신전 입구에는 소를 타고 하늘을 나는 시바의 초상이 걸려있다. 세계 보존과 유지의 신 비슈누는 암소의 보호자다. 때문에 힌두교도들은 암소를 신성시하며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여겨왔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1996년 인도에 진출한 맥도날드도 쇠고기 대신 양고기나 닭고기를 사용한 햄버거를 팔아왔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소가 길을 건너가면 자동차도 멈추고 사람도 길을 양보한다. 인도 재래종 소만 하더라도 2억 마리를 훌쩍 넘는다. 소의 천국인 셈이다. 오죽하면 “인도에서는 소로 태어나는 것이 여자로 태어나는 것 보다 더 안전하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힌두민족주의를 강조해온 모디 정권 입장에서는 소를 보호할 명분이 있고 동시에 힌두교의 결집과 지지를 도모할 수 있는 실익도 있다. 하지만 ‘소고기 금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나며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힌두교 집단은 소를 운반하는 트럭을 공격하고 무슬림과 힌두교의 결혼을 막는가 하면 이번 사건처럼 집단 린치와 살인까지 벌이고 있다.

모디 정권에서 문화관광 장관을 맡고 있는 마헤시 샤르마는 이번 주 아클라크의 가족을 방문해 이 사건을 “(단순) 사고”라고 지칭해 공분을 샀다. 아클라크의 부인 이크라만은 “장관은 사고(accident)와 살인(murder)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며 분노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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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클라크의 모친. 아들을 잃은 그녀는 장례식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인도 다드리 AP=뉴시스]


반대론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칙적으로 이 법안이 종교와 신념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개인적 선택권과 식습관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인도의 소고기 논쟁을 보도하며 온라인상에 ‘#JeSuisAkhlaq(나는 아클라크이다)’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실었다가 테러를 당한 프랑스 만평 잡지 샤를리 엡도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하기 위해 썼던 ‘나는 샤를리이다’를 따라 한 것이다. 트위터에는 모디 정부의 방침을 반대하는 의미로 소고기 음식 레시피를 올리는 운동과 ‘나는 소고기를 먹는다’는 인증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 작가 셰크하르 굽타는 “우리 정치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힌두 극단주의자들을 모디 총리가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한 블로거도 모디 총리에게 공개 서한을 통해 “소수자들이 주기적으로 린치를 당하는 인도가 안전하면서도 신성한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사망한 아클라크의 아들이자 인도 공군에 복무하는 사르타즈는 현지 방송에 출연해 “종교는 우리 서로를 혐오하고 미워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7명의 힌두 신자 청년들과 1명의 군인을 검거하고 ‘아클라크가 냉장고에 6㎏의 소고기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온라인에 퍼트린 인물을 쫓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JeSuisAkhlaq #힌두극단주의 #아클라크 #소고기 #나렌드라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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