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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러기 아빠 8년간 놔둔 아내에 이혼 책임

중앙일보 2015.10.06 15:30
한국에 ‘기러기 아빠’를 남겨두고 8년간 귀국하지 않은 아내에게 법원이 이혼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옥곤 판사는 A씨(54)가 아내 B씨(59)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장시간 별거로 부부간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됐다”며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6년 2월 딸과 아내를 미국으로 보냈다. 딸의 교육을 위해서였다. 한국에 홀로 남은 A씨는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며 교육비와 생활비를 아내에게 꾸준히 보냈다. 하지만 3년 여만에 A씨에게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는 2009년 12월 아내에게 e메일을 통해 “경제적으로 힘들다. 친구들에게 돈 빌리는 문제로 우울하고 외롭다”고 했다. 다음해 3월에는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권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아내에게 보냈다. 그 후에도 “이혼하자” “건강이 좋지 않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는 내용의 e메일을 아내에게 꾸준히 보냈다.

2012년 아내 B씨는 A씨에게 “8000만원을 주면 이혼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고, A씨는 B씨에게 50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A씨는 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귀국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끝내 미국으로 간 날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단 한 차례도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A씨가 딸과 아내를 만나기 위해 미국에 2차례 간 게 전부였다.

김옥곤 판사는 “장기간 별거와 의사소통의 부족 등으로 부부의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돼 혼인 관계는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며 “남편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고 장기간 귀국하지 않은 아내에게도 혼인 파탄의 상당한 책임이 있다가 본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아내 B씨가 '남편이 다른 여성과 부정한 행위를 하고 있어 이혼을 요구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지만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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