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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턴 기자 현장 칼럼 '국회 안과 밖'

중앙일보 2015.10.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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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처음 출근하던 날, 국회 정문 앞에 2열 종대로 서있는 경찰들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정치부로 발령 받았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사뭇 비장한 그들의 눈빛은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한 어르신을 향해 있었다. 그 밑에는 검은 매직으로 휘갈겨 쓴 대자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퇴근길,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셨겠지’하는 마음으로 국회를 나서는데 여전히 그 어르신은 같은 자리에 서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달 17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하던 날, 국회 앞은 경찰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서 그들은 신 회장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 회장을 향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은 밖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고 부실해 보였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경기를 하면, 누구를 응원 할 것이냐고 묻는 한 의원의 가벼운 질문은 특히 실소를 자아냈다.

그날도 어김없이 국회 밖으로 취재를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한 눈에 봐도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한 할머니가 피켓을 들고 국회 앞에 서 있었다. 9월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였다.

경찰 한 명이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혹시 할머니에게 험한 짓을 하려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할머니 많이 힘드시죠, 물이라도 마시면서 하세요.”그 경찰은 보온병 컵에 물을 담아 할머니에게 건넸다.

그 경찰보다 내가 먼저 할머니에게 따뜻한 마음을 건넬 수는 없었을까. 소외된 이웃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그동안 수없이 다짐 했었지만, 정작 나는 마음을 닫고 있었던 것 같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국회에 있다 보면 국회의원들이 자주 쓰는 표현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민생 앞에 여야가 없다’는 말이다. 정치적인 정쟁보다 국민들의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각오를 말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무색할 만큼 당장 국회 앞 그들의 목소리에는 여야가 한 마음으로 침묵하고 있다. 얼마 전 여의도 국회 4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더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것은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라, 지금도 국회 밖에 서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아닐까.

주재용 대학생 (한동대학교 언론정보문화학부 4학년)인턴 기자 wnwody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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