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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내가 나를 사랑하려면 … 작지만 구체적인 목표에 도전하세요

중앙일보 2015.10.06 02:45 강남통신 6면 지면보기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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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존감으로 고민 상담 원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먼저 두 분의 사연을 이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Q1 (남친 애정 의심하는 30대 직장녀) 30대 초반 직장 여성입니다. 미혼이고요. 저는 일에 있어서도 항상 자신이 없고 주눅 들어 있고 타인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애정을 심하게 의심하는 것도 자신감의 부족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사실 외모도 못나지 않았고 제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막상 일과 인간관계에 부딪히면 자신감을 잃고 도망가려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자신감을 키우는 법을 책을 통해서 연습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심리적인 문제는 어렸을 때 형성된다고 하는데 저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Q2 (엄마 모임서 늘 주눅든 40대 여성) 40대 초반 엄마입니다. 저는 자존감이 낮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만큼은 자존감 높게 키우려고 자존감에 대한 책을 많이 찾아봤죠. 책에선 일단 엄마인 저의 자존감부터 높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을 의식하지 않거나 비교하지 않으며 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요.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아직도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 늘 이유 없이 기죽어 있어요. 제 아이도 덩달아 그런 거 같고요. 아이도 저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자존감은 타인과의 관계서 만들어져

A (심리 서적에 기대지 말라는 윤 교수) 두 사연의 주인공 모두 책을 통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계시네요. 요즘 심리서가 인기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 것이겠죠.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내 마음을 알아야 세상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건 분명하니깐요. 그러나 마음을 안다는 것이 책의 이론을 억지로 대입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사람·자연·문화 등 내 주변의 것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그것에 다양하게 반응하는 내 마음을 자연스럽게 관찰할 때 나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이해가 커진 만큼 세상을 더 느끼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종종 찾아오는 풍요로운 자유로움에 흡족해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집니다. 책을 읽고 훈련을 통해 자존감을 올린 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입니다. 사람은 혼자서 자존감을 올릴 수 없습니다. 타인이 따뜻하게 나를 바라봐 줄 때 나에 대한 애정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책을 덮고 용기를 가지고 사람과 먼저 만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남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고 비교를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은 남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사회적 욕구를 갖고 태어납니다. 비교라는 것은 경쟁을 통해 생존을 유지하려는 기본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죠.

 그래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 자존감을 키우겠다는 생각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순서도 잘못되었고요. 나를 잘 사랑할 때 남의 시선이 덜 신경 쓰이는 것이지, 억지로 남의 시선을 무시한다고 해서 내 자존감이 올라가진 않습니다. 자존감은 나를 사랑하는 에너지인데 남의 시선을 무시하는 데만 에너지를 다 태워버려 자존감이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심리서 이론을 그대로 내 삶에 적용하다 보면 아픈 과거나 나의 부정적인 면에 자꾸 집중하게 되고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해 뇌를 더 지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책이 나쁘다는 이야긴 전혀 아닙니다. 책만큼 우리 마음을 살 찌울 수 있는 콘텐트는 없죠. 그러나 책은 남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에 몰입하여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남을 의식해도 상관없고 비교를 해도 상관없습니다. 좀 다치면 어떠리, 용기를 가지고 세상과 만나시기 바랍니다.

구체적 목표 없는 게 가장 나쁜 목표

자신감은 자기에 대한 확신입니다. 유사한 심리 용어로 자아효능감이란 것이 있는데 어떤 것을 목표로 하면 그것을 잘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는, 본인에 대한 기대와 확신을 이야기합니다. 자아효능감이 높은 사람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동기부여도 강하게 되기에 성공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그런데 자아효능감과 연관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성공 경험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서로 얽혀 있는 셈이죠. 성공 경험이 있어야 자아효능감이 높아지고 또한 자아효능감이 높아야 성공을 경험 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성공 경험이란 자기가 목표로 한 것을 완수했을 때 느낄 수 있죠. 그래서 효율적으로 성공 경험을 하기 위해선 목표를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의 목표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질문하면 의외로 말 못하고 당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누가 봐도 사회경제적 성공을 이룬 어르신조차 ‘글쎄요’라는 반응을 보일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시 물어보면 ‘행복’ ‘건강’ 이 두 단어가 인생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주로 나오는 답변입니다. 좋은 단어이긴 한데 사실 성취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고 노력한다고 해서 꼭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굉장히 어려운 높은 단계의 인생 목표입니다. 그래서 행복, 건강 같은 추상적 단어를 인생의 목표로 삼으면 오히려 자존감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삶의 목표는 측정 가능하고 구체적인 것이 좋습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 멋지게 사는 것과 같은 목표는 소박해 보여도 굉장히 추상적인 큰 목표라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달성했구나’를 구체적으로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해 놓으면 내 마음의 자존감 계기판은 항상 아래로 떨어져 출렁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 마음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니 자괴감에 빠지고 자기 확신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선 비교에 의한 외부의 기준보단 본질적인 가치에 마음의 목표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너무 이상적인 것보다는 소박한 형용사와 동사로 표현될 수 있는 마음의 목표가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개그맨이라고 하면 ‘고정 방송을 몇 개 확보하겠다’, 혹은 ‘언제든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최고의 개그맨이 되겠다’라는 목표보다 ‘단 한 명의 관객이 있어도 그의 마음을 유머로 위로할 수 있는 개그맨이 되겠다’란 목표가 자존감 강화에 좋은 목표입니다. 목표가 너무 작은 것 아닌가 반문할 수 있지만 목표가 주관적인 가치에 충실할 때 자존감도 올라가고 결국 실행 능력도 좋아져 오히려 인기 개그맨으로 롱런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무리한 목표보다 작아 보여도 가치 있고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워 성공 경험을 반복해서 느껴 자아효능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부터 매일 운동할 거야’보단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한다’는 목표가 더 좋습니다. 또 자신에 대한 평가를 너무 외부에 두는 것도 자기 확신을 떨어뜨립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죠. 알아주든 말든 나만의 소중한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겠다는 배짱이 필요합니다.

 그럼 제일 안 좋은 마음의 목표는 뭘까요. 목표가 아예 없는 겁니다. 목표가 없기에 자존감을 올릴 삶의 성공 경험을 할 수 없죠. 삶의 목표가 ‘열심히 살자’인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열심히 살자란 삶의 목표는 목표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삶의 태도이지 방향성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열심히 살자란 목표를 가진 어르신들이 불안 장애로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목표를 만족시킬 수도 없는데 나이는 들어가니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것이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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