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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변호사 해마다 2000명 쏟아져 … 임대료 못 내 의뢰인 돈에 손 대기도

중앙일보 2015.10.06 02:05 종합 4면 지면보기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15년간 일해온 A변호사(50)는 3~4년 전부터 사건 수임이 줄면서 사무실을 운영하기 버거워졌다. 그는 지난해 의뢰인의 돈에 손을 댔다.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상대방에게서 받은 2000만원을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월급 등으로 써버린 것이다. 의뢰인에게 반환 각서를 써줬지만 이후로도 돈 갚기를 미뤘다. 참다 못한 의뢰인은 얼마 전 서울변호사회에 A변호사에 대한 진정서를 냈다.

위기의 로펌 <2> 사내변호사 3000명 시대
변호사 2만 명 시대의 그늘
사건 따내려 불법광고 올해 20건
‘재택?쪽방 변호사’도 수두룩

 변호사 2만 명 시대의 그림자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말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는 총 1만9865명. 대한제국 때이던 1906년 국내 ‘1호 변호사’가 배출된 이래 2008년 변호사 1만 명이 되기까지 102년이 걸렸지만 2만 명 돌파는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 뒤 2012년부터 기존 사법시험 합격자와 변호사시험 합격자 등 매년 2000여 명씩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수임경쟁도 치열해졌다. 서울변호사회에 따르면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사건 수는 2011년 2.8건에서 2012년 2.3건, 2013년 2건으로 줄다가 지난해는 1.9건으로 떨어졌다. 사무실 유지를 위한 임대료·인건비 등 필수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법조계에선 ‘재택 변호사’ ‘쪽방 변호사’란 말까지 등장했다. 집에 사무실을 차리거나 월 임대료 35만~55만원을 내고 단칸방 사무실을 쓰는 변호사들을 일컫는다.

 변호사들의 불법 광고영업도 느는 추세다. 서울 소재 종합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B변호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법원 판사 출신’이라고 허위 경력을 올렸다가 변협에 적발됐다. 올 들어 변협이 광고규정 위반으로 징계 청구한 건수만 20건에 달한다.

 변환봉 서울변회 사무총장은 “변호사·의뢰인 간 금전 분쟁이 몇 년 새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담당 변호사가 항소 제기 기간을 놓쳤다는 등의 진정이 많았는데 요즘엔 변호사가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다거나 법원 공탁금을 빼돌렸다는 내용이 많이 접수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임경쟁에서 밀려나 휴업을 하거나 폐업하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 변협 관계자는 “휴·폐업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 재기가 힘들어질까봐 쉬쉬하는 변호사가 많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정효식 팀장, 김백기·임장혁·백민정·이유정 기자,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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