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빅데이터 분석 통해 메가 트렌드 읽어야 기업 생존”

중앙일보 2015.10.06 01:56 종합 8면 지면보기
168년간 성장을 거듭해 온 기업의 비결은 끊임없는 변신에 있었다. 지난 1847년 독일 베를린 시내의 허름한 창고에서 작은 회사가 태어났다. 창업자는 베르너 폰 지멘스였다. 그의 이름을 딴 지멘스는 전신시설업을 시작으로 168년이 흐른 지금 독일 최대 전기·전자 그룹이 됐다. 지멘스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스마트 공장(제조업·IT 결합)’ 확산을 주도하는 기업의 하나로 우뚝 섰다. 현재 200여 개국에서 34만3000명의 지멘스 직원이 ‘스마트 전사’로 거듭나고 있다. 지멘스가 숱한 풍파를 뚫고 ‘미래형 신(新)산업’을 주도하는 비결은 뭘까.
 
기사 이미지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8> 조 케저 지멘스 회장
‘168년 제조업 공룡’ 지멘스 혁신 이끄는 조 케저 회장

 조 케저(58) 지멘스 회장은 카멜레온 같은 ‘변화력’에서 회사의 힘을 찾았다. 그는 “기업은 변화를 예상하고 그 변화가 제공할 기회를 빠르게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지멘스는 ‘사업 보따리’를 과감히 바꾸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변화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인력과 재원을 투입한 덕에 가능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반도체·휴대전화·원자력 사업 분야를 과감히 매각했다. 대신 제조업솔루션·에너지·헬스케어·도시인프라 등으로 사업 뼈대를 탈바꿈하는 데 성공해 왔다. 경기 부침이 심하거나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사업 부문은 미련 없이 버리는 대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쪽으로 발 빠르게 옮겨탄 것이다.

 케저 회장은 “지멘스가 ‘원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시장이라면 얼마든 새로운 기술을 키워 진출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멘스는 우리가 앞서 있는 주력 분야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비쳤다. 예컨대 발전기 사업부를 보유한 지멘스가 송전과 배전은 물론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까지 진출하는 방식이다.

 다만 그는 “우리가 독점적으로 지닌 ‘기술 노하우’를 분석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 전반의 큰 흐름인 ‘메가 트렌드’를 포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멘스는 자체 연구 역량을 강화해 끊임없이 세상의 변화 방향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그렇다면 지멘스의 눈은 어떤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까. 케저 회장은 “앞으로 기업들이 맞닥뜨릴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디지털화로의 이행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지멘스 역시 지난해 전력화·자동화·디지털화에 집중 투자하고 조직도 이에 맞춰 개편하는 ‘비전 2020’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향후 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처리해 소비자를 만족시키느냐에 기업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봤다. 케저 회장은 “2020년까지 디지털 정보량은 2013년에 비해 10배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지멘스는 이런 미래를 위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생산·운영·관리하는 ‘빅데이터 거인(bigdata giant)’으로 거듭나려 한다”고 소개했다.

케저 회장은 “한 가지 예로 지멘스의 발전용 가스터빈 1대에선 매일 25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가 산출되고 의료용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비는 매일 60GB의 데이터를 쏟아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어떻게 실질적 가치로 바꿀 수 있는지가 모든 기업에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멘스 역시 그 숙제를 풀기 위해 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사내에 디지털팩토리사업부를 설치한 것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그는 “디지털팩토리사업부에서는 지멘스는 물론 고객사들이 더 빠르게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는 일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변화에 맞서는 지멘스의 무기는 역시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임직원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은 2만8800명에 달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1만7500명이 일할 정도다. 케저 회장은 “지멘스는 이제 전문성에 데이터를 결합하고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융합하는 솔루션까지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멘스가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해 성장해 왔지만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해마다 매출의 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원칙과 직원에 대한 꾸준한 투자다. 케저 회장은 “기업의 성장은 고객사와의 장기적인 협력은 물론 매일, 매달 그리고 매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뛰어난 직원들이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멘스는 2009년 도입한 ‘주식 보유 제도(Siemens Share Program)’를 통해 임직원이 주식을 3년 넘게 갖고 있을 경우 보유 주식 3주당 1주를 무상으로 준다. 케저 회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지금 일하는 곳을 내 회사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멘스 임직원 중 14만4000명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2020년까지 자사주를 가진 임직원 수를 20만 명 선까지 늘리는 게 지멘스의 목표다. 직원 교육에도 힘쓴다. 지멘스는 지난해 직원 1인당 769유로(약 101만3000원)를 교육비로 투자했다. 메가 트렌드에 발맞춘 적절한 사업 보따리 변화와 사람을 키우는 것이 168년 지멘스의 미래 동력이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