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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해전서 핀 한·중 우애 … 400년 만에 되살린 남해군

중앙일보 2015.10.06 01:24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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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박영일 남해군수(오른쪽)가 명나라 장수 등자룡의 고향인 중국 펑청시를 방문해 남해군 관음포에서 퍼온 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남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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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남해군 관계자들이 등자룡 동상 앞에서 후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남해군]

내년 6월께 경남 남해군 고현면 차면리에 ‘이충무공 순국공원’(면적 8만9000여㎡)이 문을 연다. 이곳은 충무공이 전사한 뒤 최초로 뭍에 오른 관음포와 붙어 있다. 공원에는 충무공 리더십 체험관과 이순신 밥상 체험관, 순국의 벽과 위령탑, 이순신 인물체험공원 등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남해군이 2010년부터 국비 140억원 등 280억원을 들여 조성 중이다.

당시 이순신 도와 일본전 승리
참전한 중국 장군들 고향에 참배
내년 개관 이충무공 순국공원에
추모 공간 만들고 후손들 초청

 특이한 것은 이 공원에 중국 명나라 장수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노량해전의 전투 장면을 벽화로 표현한 순국의 벽에는 명나라 도독 진린(陳璘)과 부총병 등자룡(鄧子龍), 유격장 계금(季金) 등의 전투 장면이 삽입된다. 또 위령탑엔 등자룡의 전신이 부조로 조각된다. 멀티미디어쇼 전투 장면에도 이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들은 1597년 10월 이후 1만5000여 명의 명나라 수군을 이끌고 조선에 건너와 절이도와 왜교성 전투, 노량해전 등에서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수군과 합세해 일본 수군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웠다.

 이 중 등자룡은 1598년 11월 19일(음력) 노량해전에서 충무공과 함께 전사했다. 노량해전은 임진왜란에 이은 정유재란의 마지막 전투이자 세계 역사상 한·중·일 삼국이 함께 싸운 유일한 해전이다. 시진핑 중국주석은 지난해 7월 서울대 강연에서 이를 ‘국가적 위기를 함께 극복한 사례’로 꼽았다.

 남해군이 노량해전이 맺어준 한·중 우호를 4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되살리고 있다. 명나라 장수의 희생과 평화수호 정신을 되새기는 것은 물론 이들 출신 지역과 문화·경제교류에 적극 나서면서다. 이를 위해 박영일 남해군수 등 군 관계자 9명은 지난 1월 20일부터 4박5일간 등자룡 장군의 고향인 중국 장시성(江西省) 펑청시(豊城市)를 방문했다. 일행은 방문 기간 등자룡 장군의 묘소와 동상을 참배하고 순국지인 관음포 바닷물을 성수(聖水)로 후손에 전달했다. 또 남해군과 펑청시가 공동기념사업회 발족을 추진하기로 했다. 상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도 했다.

 이어 지난 5월 20~21일에는 펑청시 인민정부 시장 등 3명이 남해군을 방문했다. 8월 14~15일에는 저장성(浙江省) 원링시((溫嶺市)가 고향인 계금의 후손 3명이 남해를 방문했다. 이들은 남해에서 충무공 유적지인 충렬사를 참배하고 관음포 전몰 유허지 등 선조의 숨결이 깃든 역사의 현장도 둘러봤다. 계금 후손모임의 대표는 “두 나라가 형제처럼 서로 도우며 영원한 우의를 다져나갈 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등자룡과 관련해서는 선조의 지시로 전남 완도군 고금도 충무사에 제문을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충남 보령에는 주민이 세운 계금의 비석이 있다. 비석에는 주둔 당시 계금이 거지에게 옷을 벗어주는 등 성품이 온화했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진린의 손자는 명나라 멸망 뒤 조선에 넘어와 해남에 거주하면서 광동 진(陳)씨의 시조가 됐다.

 남해군은 내년 순국공원 준공식과 이순신 순국제전(음력 11월 18일)에 이들 명나라 장수의 후손들을 대거 초청할 계획이다. 관광객과 투자 유치 등 경제 교류에도 나서기로 했다. 박영일 남해군수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한·중 우호가 깊어진 것을 계기로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의 참전을 스토리텔링으로 꾸며 중국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해=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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