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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내 꿈 다시 열릴 거야, 내가 선 이곳”

중앙일보 2015.10.06 01:15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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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 제작 뮤지컬이 아닌 일반 뮤지컬 작품에 처음으로 출연하는 양동근. “비싼 티켓 구입해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들을 보면서 배우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 이배희(서울사진관)]

이보다 더 양동근스러운 무대가 있을까. 뮤지컬 ‘인 더 하이츠’에서 주인공 우스나비 역을 맡은 배우 겸 힙합 가수 양동근(36). 자신의 연기와 노래, 랩과 춤 실력을 마음껏 펼쳐보일 자리를 찾았다. 2008년 군 복무 중 육군 제작 뮤지컬 ‘마인’에 출연한 이후 7년 만에 도전하는 뮤지컬이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 주연
뉴욕 할렘가 이민자 애환 연기
양동근표 랩·댄스 진수 보여줘
결혼하고 아빠 되니 부드러워져
이젠 생계형 배우로 최선 다할 것

 지난 달 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개막한 ‘인 더 하이츠’는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그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작곡작사상·안무상·오케스트라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힙합 뮤지컬이다. 뉴욕의 맨해튼 북서부 ‘라틴 할렘’이라 불리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이민자들의 애환과 희망을 랩·레게·라틴 팝·스트리트 댄스 등에 담아 긍정적인 유머로 승화시켰다. 양동근이 연기하는 우스나비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이민자로, 작은 수퍼마켓을 운영하며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사는 청년이다.

 “랩(Rap)이란 게 ‘리듬과 시(Rhythm and Poetry)’란 뜻이거든요. 하고 싶은 말을 시처럼 압축해서 리듬있게 전달하는 거죠. 이 작품을 통해 내가 그동안 갈고 닦아온 랩이란 게 뭔지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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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 더 하이츠’에서 우스나비 연기를 하고 있는 양동근(앞). [사진 SM C&C]

 지난달 하순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양동근은 “영어로 된 원곡 랩의 흐름과 뉘앙스·라임 등을 한국어로 살리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1987년 아역 배우로 데뷔, 드라마 ‘서울뚝배기’ ‘형’ 등에서 활약했던 그는 “중학생 때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힙합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억압받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마구 쏟아놓는 데서 자유를 향한 에너지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 후 그는 연기와 음악, 양쪽 모두에 한 발씩 걸치며 작품 활동을 했다. 드라마도 하고 앨범도 내면서 영화도 찍고 콘서트 무대에도 섰다.

 “20대 때 정체성 혼란을 겪었죠. 배우의 삶과 가수의 삶은 확연히 다르거든요. 어느 쪽에 더 치중해야 할지, 계속 갈등하며 살아왔어요. 근데 내가 하는 모든 게 다 합쳐진 게 바로 뮤지컬이네요. 특히 ‘인 더 하이츠’처럼 나와 딱 어울리는 작품을 만나게 돼 너무 감사해요.”

 그는 한때 까칠한 성격으로 알려진 연예인이었다. 인터뷰도 잘 안 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2013년 결혼, 아버지가 된 뒤로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달에 둘째아이도 태어난다. 그는 말수 적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어려서부터 카메라에 빨간 불 들어올 때만 에너지를 발산하고, 평소에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게 습관이 돼 그런 것 같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젠 가장으로서, ‘생계형 배우’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는 “책임감이란 측면에서 작품 속 우스나비와 내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각박한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을 꿈으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스나비는 꿈이 없어보이는 동네, 워싱턴 하이츠를 떠나지 않고 ‘여기서 내 꿈을 이루겠다’고 선언하죠. ‘이 동네 사람들을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하면서요. 그런 우스나비를 연기하면서 나도 ‘내가 선 이 자리, 이 무대가 내가 살아갈 곳’이라는 걸 느껴요. 한때 나도 연예인이란 자리를 떠나고 싶었던 적이 많았거든요.”

 그는 특히 ‘인 더 하이츠’ 마지막 장면을 좋아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에 내가 감동을 받는다”면서 “대사를 뱉는 행위 자체에서 입 근육이 긍정적인 힘을 감지해 내 영혼 깊숙이 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랩으로 전하는 우스나비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가난이 힘들어도, 고난이 닥쳐와도, 우리 삶이 비루하다 비웃을지 몰라도, 눈 감아봐. 여기가 바로 내가 찾던 낙원. (…) 나의 꿈 나의 아침은 다시 열릴 거야. 이곳 내가 선 이곳.”

 공연은 11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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