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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경계라는 개념으로 다시 풀어보겠다

중앙일보 2015.10.06 01:04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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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한국의 북한 및 통일 연구는 정치학이 주도하고 경제학·사회학이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북한의 권력투쟁, 체제 위기, 경제 교류와 협력, 평화통일 등의 단어들이 수십 년간 반복됐고 연구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남북 분단은 그대로이고 학계는 여전히 동어반복을 계속하고 있다.

학술회의 여는 최완규 신한대 원장
북한 연구 한계 돌파하는 한 방법
지리학·문화인류학 등 아우를 것

 이런 현실에서 최완규(65·사진)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장은 ‘경계’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 올해 9월 신한대로 옮기기 전에는 경남대와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37년간 북한 연구를 했다. 2012년부터 3년간 총장을 맡기도 했다. 정치학자인 최 원장이 손대지 않은 북한 연구는 없었다. 최 원장은 “북한 연구의 한계를 돌파하는 방법의 하나로 ‘경계’라는 개념을 통해 남북 관계를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열었다.

 최 원장은 “과거 경계의 개념은 피아를 구분하고 불통의 공간이었다면 냉전이 해체된 지금은 사이버공간의 확대, 자본의 전지구적 이동 등으로 인해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류 협력이나 경계 넘기를 통해 경계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 경계의 발전된 개념을 접목하려고 하고 있다.

 최 원장은 ‘경계’에 대한 이해를 확산하고 이를 대중과 공감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경기도와 공동으로 오는 7~8일 일산의 킨텍스 그랜드 볼룸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주제는 ‘분단과 경계를 넘어: 초국경의 부상과 새로운 통일 방향’이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도진순 창원대 교수는 DMZ 안에 한국군, 북한의 인민군, 중국의 인민지원군, 미군과 유엔군 등을 공동으로 애도하며 기억하는 장소를 두자고 주장할 예정이다. 정전체제의 정서적 경계를 허물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오키나와 남단 이토만(系滿)시 마부니(摩文仁)언덕에 조성된 ‘평화의 초석’이다. 이 초석에는 오키나와 전투(1945년 4~6월)때 적군과 아군으로 싸우다 사망한 미군·일본군 등 전몰자 23만6095명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다.

 최 원장은 “북한 연구에서 ‘경계’를 심화시키기 위해 정치학뿐 아니라 지리학·문화인류학 등 여러 학문을 아울러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실천적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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