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식의 야구노트] 토종 호타준족 어디로 갔나 … 40-40 테임즈가 던진 숙제

중앙일보 2015.10.06 00:52 종합 25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40홈런-40도루.

현대 야구 철저히 분업화 시대
홈런 타자 부상 당할까 도루 자제
30·30 달성 한국타자 15년째 없어
테임즈, 실익 없어도 대기록 도전
팬과 동료들에게 신선한 자극

 메이저리그 130년 역사에서 네 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도 두 번은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에릭 테임즈(29·NC)는 지난 2일 시즌 40호 도루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40홈런(47개)-40도루를 달성했다.

 메이저리그도 40-40을 매우 위대한 기록으로 평가한다. 리그 최상급 파워(홈런)와 스피드(도루)를 모두 갖는 건 야구의 신이 질투할 일이다. 1988년 호세 칸세코가 처음으로 42홈런-40도루를 기록한 이후 96년 배리 본즈(42-40), 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42-46),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46-41)가 40-40을 달성했다. 일본에선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89년 해태 김성한이 26홈런-32도루로 20-20을 처음 달성했고, 96년 현대 박재홍이 30홈런-36도루로 30-30을 처음 돌파했다. 2000년 박재홍 이후 15년 동안 국내 선수들은 30-30을 달성하지 못했다. 테임즈의 40-40 달성은 그래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김경문(57) 감독 등 NC 스태프들은 테임즈가 도루를 할 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공격의 핵심인 4번타자가 도루를 하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타자가 도루를 30개 하든, 40개 하든 손에 쥐는 실익(보너스 등)도 없다.

 그래도 테임즈는 열심히 치고 달렸다. 매 타석 홈런을 칠 순 없기에 단타나 볼넷으로 출루하면 2루를 훔쳤다. 1루를 밟으면 열심히 뛰어 득점확률을 높이는 게 타자의 기본임무다. 외국인 4번타자이지만 테임즈는 그것에 충실했다. 누상에서 누구보다 헌신적인 주자였던 그를 보며 NC 선수들은 투지를 불태웠다.

 테임즈의 기록 욕심은 또 국내 선수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테임즈는 40-40에 성공한 뒤 “배리 본즈는 나의 영웅이었다. 그의 이름과 함께 언급되는 것은 큰 영광”이라며 활짝 웃었다. 몸값이 비싼 선수들은 어느 순간부터 기록보다 계약에 더 신경을 쓴다. 과거 30-30에 성공한 어떤 국내 선수는 “돈 되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이런 거 안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현대 야구는 스페셜리스트의 시대다. 파워히터는 홈런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발 빠른 선수는 수비와 주루로 살아남는다. 메이저리그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은 40-40에 도전할 만 하지만 도루를 자제(올해 41홈런-11도루)한다. 홈런만 꾸준히 치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리스크(도루)를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 호타준족, 즉 제너럴리스트는 찾기 어렵다. 테임즈의 거친 슬라이딩은 그래서 더 멋져 보였다.

 또 하나. 테임즈의 기록은 한국 프로야구에 질문을 던졌다. 메이저리그(통산 181경기 21홈런)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테임즈가 한국에서 엄청난 기록을 세운 걸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해 몇몇 미국 스카우트들은 강정호(28·피츠버그)에 대해 “(빅리그 통산 79경기에서 홈런 2개에 그쳤던) 나바로가 삼성에서 31홈런을 쳤다. 40홈런을 때린 강정호를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들의 예측은 틀렸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테임즈의 대기록 달성은 한국 프로야구의 전체적인 수준을 평가하고, 홈런왕 박병호(29·넥센)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테임즈의 활약을 보면 미국과 한국 야구의 수준차가 여전히 크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류현진·강정호처럼 특출한 선수들은 미국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아마 박병호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은 “테임즈의 빅리그 데뷔전(2011년 5월 18일 탬파베이전 3타수 1안타)을 중계한 기억이 난다. 토론토의 백업 외야수였는데 지금처럼 상체가 발달하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 장거리 타자로 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