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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일본의 안보법안 강행처리

중앙일보 2015.10.06 00:44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2015년 9월 19일 26면>
집단적 자위권 갖춘 일본, 경계하되 최대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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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일본의 안보 법안이 마침내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특별위원회에서 안보 법안을 강행 처리한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여 법안을 확정 지었다. 1946년 평화헌법 제정 이래 70년 가까이 지켜온 ‘전수(專守)방위’ 원칙, 즉 ‘먼저 공격받지 않는 한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깨진 것이다.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셈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에서도 보장하는 주권국의 고유 권한이다. 이웃 나라에서 말릴 명분도, 막을 힘도 없다. 그럼에도 한국·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반대가 극심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일본인 사이에는 어떤 전쟁에도 휘말리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염원이 집단적 자위권 확보로 크게 상처를 입었고, 이에 따른 분노가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로 폭발했다.

과거 피맺힌 일제 침략의 아픔을 경험한 주변국들로서는 이 법안으로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대국화 행보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베 정권은 주변국의 이유 있는 우려를 경시할 경우 관계 악화 등 거센 역풍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집단적 자위권 확보에는 북한 외에 중국 견제란 측면이 크게 작용해 향후 동북아 안정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아베 정권하의 일본은 중국 견제에 적극적인 미국의 최대 협력자이자 대리인을 자임하고 있다. 가뜩이나 치열한 동북아 내 군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게 뻔하다.

하지만 모든 일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안보 법안도 마찬가지다.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가 우리에게 득이 될 부분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갖추게 되면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이 용이해져 대북 억지력이 강화될 수 있다. 현재는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일본이 제대로 손쓸 수 없는 처지다. 전수방위 원칙이란 족쇄가 발목을 묶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게 됐다. 한·미·일 3각 협력 구도 아래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어 즉각 대응이 가능해진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우리로서는 챙길 것은 최대한 챙기고, 우려되는 부분은 최소화하는 실리적 전략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달라진 일본을 경계하되 군사정보 교류 확대 등 적절한 협력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마침 다음달 말께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처럼 세 나라 수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우리의 우려를 제기하고, 해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면서 군비경쟁 방지 등 이 지역을 평화롭게 만드는 묘책도 진지하게 논의할 일이다.

한겨레 <2015년 9월 19일 23면>
‘위험한 칼’ 일본의 안보법안, 지혜로운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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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18일 참의원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 관련 11개 법안을 강행처리했다. 의사당 안에서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을 감수하면서도 아베 정권은 시간을 정해 놓고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이로써 2차대전 패전 이후 70년 동안 지켜온 일본의 전수방위 정책은 형해화하고, 일본 자위대가 세계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무력분쟁에도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법안 통과는 아베 총리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 4월 중국의 부상을 겨냥한 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지난해 7월 내각의 해석개헌에 의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결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안보정책의 대전환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 의미를 지닌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하는 근거가 되었던 헌법 9조(이른바 ‘평화헌법’)를 개정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법안 통과로 헌법 9조는 헌법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국내적으로는 이번에 통과된 법률이 평화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충분한 숙의 없는 법안의 강행처리 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겠지만,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가 하는 점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수방위에서 집단방위로 일본이 안보정책을 대전환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급부상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력 쇠퇴 등의 이유로 혼자 중국을 견제하기 버거워진 미국이 일본의 정책 전환을 적극 응원하고, 일본으로서도 미국이 이 지역에서 떠나는 이후까지 내다보면서 독자적인 군사력 확장 기회로 삼은 면이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런 큰 틀의 안보 환경 변화는 이들 국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좋건 싫건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 주권 영역에 대한 자위대 활동은 우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헌법상 우리 영토라는 이유로 북한 지역에 대해서도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순진한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주권 영역에 대해 외국군이 활동할 경우 우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는 말할 필요도 없는 당위이다. 또 북한과 관련해서도 국제법적으로 통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기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일 것이다.

일본의 안보정책 전환으로 미군 지원이 원활해지면 한미연합군의 대북억지력이 커진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또 중국의 폭주를 적절하게 제어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일본의 군사활동 강화가 중국과의 갈등과 대립을 격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로서는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일 게 뻔하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구도에 깊숙하게 말려드는 경우가 최악이다.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되돌릴 수 없는 이상,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 실리적인지를 놓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논리 vs 논리
“군사정보 교류 등 협력 꾀해야” … “남북관계 개선, 동북아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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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안보법안의 참의원 특별위원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야당이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 참의원 특위위원장석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점선)는 몸싸움 현장을 쳐다보지도 않고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일본은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안보 법안이 마침내 일본 참의원을 통과한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주변 국가나 우방이 공격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전쟁에 개입하는 권리’를 뜻한다. 이로써 일본은 자기 나라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분쟁에도 군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은 과거 침략전쟁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지금도 일본은 우리나라와 중국 등 전쟁 피해국들과 갈등을 겪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벌어진 안보 법안 통과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한겨레는 “(일본) 평화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충분한 숙의 없는 법안의 강행처리 방식” 등 안보법을 둘러싸고 벌어질 일본 내부의 논란을 지적한다. 중앙 또한 안보법 통과로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대국의 행보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주변국의 ‘이유 있는 우려’를 소개한다.

 하지만 두 사설은 일본 안보법 통과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 중앙일보는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에서도 보장하는 주권국의 고유권한”이므로, “이웃나라에서 말릴 명분도, 막을 힘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한겨레도 우리나라가 신경 써야 할 것은 한반도 안보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가 하는 점이라며 안보법을 둘러싼 논란에 선을 긋는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해석에서도 두 사설은 같은 입장을 보인다. 한겨레는 중국의 급부상을 안보법 등장의 배경으로 꼽는다. 2011년 미국은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을 내세웠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아시아 나라들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중앙일보는 “아베 정권하의 일본은 중국 견제에 적극적인 미국의 최대 협력자이자 대리인을 자임하고 있다”는 것을 짚어준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미묘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의 주된 축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견실한 한·미 관계를 위해 미·일 동맹에 힘을 실어주면 중국과 척을 지게 되고, 중국과 가까워지면 한·미·일 관계가 껄끄러워진다. 정부 당국에 대해 한겨레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 실리적인지를 놓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충고하고, 중앙일보가 “챙길 것은 챙기고 우려되는 부분은 최소화하는 실리적 전략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롭고 실리적 전략인지에 대해서는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판단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한겨레는 드러난 증상에 집중하는 대증요법보다 근본에 접근하는 원인치료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안보법이 있어야 하는 명분으로 늘 북한의 위협을 앞세웠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일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평화롭다면 일본이 군사력을 키워야 할 당위성 또한 흐릿해지는 까닭이다.

 나아가 한겨레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에 깊숙하게 말려드는 경우가 최악”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는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냉전 시대 갈등 구도를 증폭시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동북아 평화구축이 안보법을 둘러싼 논란에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듯싶다.

 반면 중앙일보는 한-미-일 3각 협력 구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중앙일보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가 우리에게 득이 될 부분도 적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집단적 자위권을 가진 일본은 미군과 보다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의 대북 억지력도 한껏 커지게 된다. “달라진 일본을 경계하되 군사정보 교류 확대 등 적절한 협력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여기에 있다. 물론 중앙일보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군비경쟁 방지 등 이 지역을 평화롭게 만드는 묘책을 진지하게 논의하라”는 주문 또한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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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동북아의 외교 안보 문제는 고차원 함수 문제와 같다. 두 사설에서 지혜와 묘책 등의 낱말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미국·일본·중국 세 나라 모두와 동맹 및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동북아의 균형자’이기도 하다. 현명한 외교적 판단과 처신이 필요할 때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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